전혀 '스마트'하지 않는 스마트도시 조성

지자체-LH-국토부 의견 조율이 되지 않으면서
계획 제대로 세워지지 않아
완공한 시설도 지자체가 거부
LH 관리비용으로만 170여억원 낭비
  • 등록 2021-08-05 오후 2:00:00

    수정 2021-08-05 오후 2:00:00

스마트도시 조성사업 추진 지방자치단체 현황(2020년 12월 기준) [LH자료 재구성, 출처=감사원 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스마트도시가 제대로 된 계획 없이 추진되거나 여건 변화를 반영해 계획을 변경·재수립하지 않고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완공된 스마트도시기반시설을 지방자치단체가 거부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감사원은 5일 현재까지의 스마트도시 조상사업 추진실태를 점검한 결과를 발표했다. 스마트도시는 도시화에 따른 자원 및 인프라 부족, 교통 혼잡, 에너지 부족, 환경 파괴 등의 각종 도시 문제를 빅데이터·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기술을 접목해 해결한다는 개념이다.

우리 정부는 2008년 3월 ‘유비쿼터스 도시의 건설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한 것을 시작으로 스마트도시 조성에 나섰다. 지난 3월까지 총 9522억원을 들여 조성된 스마트도시는 화성동탄1 등 47개, 추진 중인 것은 27개이다.

문제는 스마트도시계획을 수립하는 지자체와 도시건설사업 실시계획을 수립하는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고사(LH), 그리고 이들을 지도·감독할 의무를 가진 국토교통부 사이의 제대로 된 조율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감사원이 스마트도시법이 시행된 2008년 9월 29일부터 2021년 3월 현재까지 진행되거나 완료된 스마트도시건설사업지구 58개를 점검한 결과, 이 중 13개는 지자체가 계획수립 의무 미숙지 등의 사유로 스마트도시계획을 수립하지 않았다. 5개는 여건 변화를 반영해 계획 변경 등을 하지 않고 유효기간이 만료된 기존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했다. 또 LH는 58개 사업지구 중 34개에 대해 실시계획을 수립하지 않고 사업을 추진했다.

LH 내부에서도 계획조율이 되지 않으면서 기껏 만들어진 시설이 지자체의 거부로 장기간 이용되지 못하는 사례도 있었다. LH 내에서도 실시계획 수립 부서와 시설 담당부서가 달라, 생활폐기물 자동집하시설 등 스마트도시기반시설이 실시계획에 반영되지 않았던 탓이다.

일례로 2014년 LH는 인천영종지구에 생활폐기물 자동집하시설을 실시계획에 반영하지 않고 1462억원을 들여 설치했다. 그러나 인천 중구는 시설운영비 과다 소요 등의 사유로 인수를 거부해 이 시설은 활용되지 못한 채 LH가 유지관리비 48억원만 부담했다.

이처럼 LH가 설치해 지자체에 이관한 시설 인수인계 실태를 점검한 결과, 정보통신시설은 평균 413일, 생활폐기물 자동집하시설은 평균 822일이 소요됐다. 2021년 2월 기준 7년이 넘도록 시설 인수인계가 이뤄지지 않은 지구도 여럿 있었다.

이같은 인수인계 지연으로 기껏 완성된 시설들이 제대로 사용되지 않고 있었으며 LH는 관련 시설물 등의 관리를 위해 정보통신시설은 25억여원, 생활폐기물 자동집하시설은 149억여원의 추가비용을 부담하고 있었다.

감사원은 국토부 장관에 스마트도시기반시설 건설 단계부터 지자체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단계별로 인수인계를 진행하는 등 대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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