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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회 크리에이터는 28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한국게임산업협회 주최로 열린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따른 긴급토론회’에 참석해 “얼마 전 방송된 100분 토론을 보면서 절망스러웠다”며 “10년 전 아침마당에 임요환 선수가 나와서 게임중독자 취급을 받고, 사회자가 사이버머니가 얼마나 있느냐고 묻던 시절에서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했음을 알 수 있었다”고 개탄했다.
그는 “게임을 두고 유해물질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취급하는 분들이 많은데, 게임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놀이문화”라며 “인간의 상상력이 글로 발현돼 소설이 생겨났고, 그것이 행동으로 이어져 연극으로, 이후 영상화되면서 영화나 TV 드라마가 탄생했다. 직접 움직여보고 싶다로 발전해서 나온 것이 게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00만 이용자가 즐겼던 히트작 ‘애니팡’과 부루마블을 게임화한 ‘모두의 마블’ 등을 예로 들면서 “디바이스와 디지털의 발전에 따라 변화한 문화를 두고 화학적 유해물질로 받아들이니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와 우리나라 복지부 및 일부 의료계의 동조 움직임에 대해서는 게임이 신생문화로서 거쳐 가는 ‘신고식’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10년, 20년 후에는 ‘야 게임하면 정신병자 취급받던 때 생각나냐?’하면서 농담 따먹기를 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대학 OT에서 사발식이 너무 과하면 신입생이 죽듯이 자칫해서 게임에 대한 신고식이 지금처럼 너무 과하면, 게임이 죽을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크리스토퍼 퍼거슨 미국 스텟슨대 심리학과 교수의 인터뷰(본지 5월13일자 1면 보도 <[게임은 질병?]①“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화, 韓압력 작용한 것”> 참고)를 예로 들면서 국내 이권집단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3N(넥슨·넷마블·엔씨)으로 불리는 국내 대형 게임업체들에 자정적인 노력도 촉구했다.
그는 “오늘처럼 사회적 편견과 의료계의 개입에 대해서 마음 놓고 반박을 펼치고 싶어도 리플(댓글)이 달리면 뜨끔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 바로 ‘3N 게임들이 사행성이 강한 것은 사실이 아니냐’는 말”이라며 “업체들도 자성하고 ‘진짜 게임’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슬롯머신에 껍데기 씌운 게임이 아니라 게임다운 게임을 만들어서, 자랑스럽게 이런 게임 나왔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이날 긴급토론회에는 김성회 크레이에터 외에도 임상혁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 회장의 진행 아래 강경석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본부장, 전영순 게임과몰입힐링센터 팀장(건국대학교 충주병원), 최승우 한국게임산업협회 정책국장이 패널로 참석해 주제 발표를 이어갔다. 이번 토론회는 제72차 세계보건기구(WHO) 총회에서 등재된 게임이용장애 질병 코드의 국내 도입에 대한 각계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추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