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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15일 국정원 사찰의혹 관련 진상조사위원회인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 위원장직 수락 배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기자들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특위 위원장직을 거부했을 때와는 정반대의 상황을 지적한 것에 대한 답변이기도 하다. 이번 위원장직은 그가 지난해 7월 공동대표 사퇴 이후 맡은 첫 당직이다.
메르스 때와는 달리 이번 사건은 여야가 팽팽히 맞서는 정쟁 이슈다. 게다가 여론 또한 국정원에 등을 돌린 상황이다. 전국민적 관심이 쏠린 ‘국정원 해킹사찰’ 정국에서 차기 대권을 노린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가 당일 ‘국민을 상대로 해킹한 적이 없다는 국정원의 해명’과 관련해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8.2%로 나타났다. 더욱이 새정치연합 지지층 중에서는 93.3%가 불신한다고 응답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일종의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과거 지지세력인 2030층 회복 전략으로 볼 수도 있다”면서 “대권주자 뿐만 아니라 당내 위상도 위축된 상황에서 주목 효과를 누리게 됐다”고 했다.
대권 행보의 일환으로 보는 해석에도 안 의원은 당내 최고 ‘IT전문가’ 이미지를 확고히 하고 나섰다. 지난 16일 위원장직 수락 하루 만에 활동을 본격화했다. ‘국정원 해킹 프로그램 시연 및 악성코드 감염 검사’라는 주제로 문재인 대표와 자신의 휴대전화로 직접 시연회를 열었다.
그러나 진상규명에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는 당초 “시간이 흐를수록 다른 파일들이 덧붙여져서 증거 찾기는 어려워진다. 빠른 시간 내에 디지털 증거를 확보하지 않으면 증거를 찾는 것은 불가능해진다”고 했다. 국원정 해킹 프로그램 구입 사실이 알려진 지 9일째 접어들고 있다.
국정원이 자료 제출에 불응하면, 시연회만 열다 끝난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로 전락할 게 분명해 보인다. “국정원이 정말 결백하다면 자료 제출을 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는 안 의원이 말은 통할까. 이번에도 ‘타이밍’이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