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균주 기원에 대한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소송과 관련해 대웅제약이 객관적 사실에 대해 ‘아전인수’로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목소리다.
대웅제약은 지난 14일 ‘대웅제약, ITC 소송의 증거수집 절차를 통해 균주 정밀 비교 분석 진행 예정’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결정한 균주에 대한 증거수집 절차를 통해
메디톡스(086900)의 균주를 비교분석해 나보타 균주의 적법성을 증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메디톡스의 보툴리눔톡신 ‘메디톡신’.(사진=이데일리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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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톡스가 대웅제약과 대웅제약의 미국 측 파트너인 에볼루스를 상대로 ITC에 제기한 소송에서 ITC가 메디톡스의 균주를 대웅제약 측에 제공하라고 결정했다는 것이다. 대웅제약은 “미국 소송은 증거수집 절차를 통해 양 측이 소송에 필요한 자료를 서로에게 요구해 전달받는다”며 “양 사가 서로에게 균주를 제출하는 시기와 방법에 대해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대웅제약의 보도자료는 전날인 13일 메디톡스가 배포한 “ITC, 대웅제약 나보타 균주 15일까지 메디톡스가 지정한 전문가에게 제출하라”는 보도자료에 대한 맞대응이다. 메디톡스는 보도자료에서 “ITC가 보툴리눔 균주와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않겠다는 대웅제약 측의 요청을 거부했다”며 “대웅제약은 강제적으로 메디톡스가 지정한 전문가에게 해당 내용을 제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논란이 지속되자 메디톡스는 15일 “ITC의 행정명령은 대웅제약 나보타 균주에만 해당한다”며 “자사의 균주 정보 제공 여부는 전적으로 자사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메디톡스는 “ITC의 행정명령이 나온 후 대웅제약 측 대리인이 메디톡스 측을 찾아와 메디톡스의 균주를 제공받고 싶다고 요청한 것은 사실이며 이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수락 여부는 전적으로 메디톡스가 결정할 사안으로 대웅제약이 ITC의 행정명령을 성실히 이행하는지 지켜보며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웅제약 측은 “대리인을 통해 ITC가 메디톡스에게도 자료를 제출할 것을 결정했고 양 측이 자료제출 시기와 방법에 대해 조율 중이라는 내용을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 대웅제약의 보툴리눔톡신 ‘나보타’.(사진=이데일리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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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제약의 이런 아전인수식 해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웅제약은 지난 2월 메디톡스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기한 판매승인 저지 청원에 대한 FDA의 최종 결정을 소개하며 “FDA는 균주의 근원을 판단함에 있어 전체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은 불필요하며 나보타(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제제) 균주에 대한 정보공개는 영업 비밀 또는 상업적 또는 재무적 기밀정보에 해당하므로 공개할 수 없다고 결론냈다”고 밝힌 바 있다.
메디톡스는 지난해 12월 FDA에 △나보타 균주 출처를 확인하기 전까지 나보타 품목허가 신청을 승인하지 말 것 △모든 보툴리눔 톡신 제품의 품목허가 신청에 전체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을 포함하고, 나보타 균주의 출처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FDA의 의견서 내용은 대웅제약 측 주장처럼 균주의 근원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약효 성분인 ‘균주가 만들어낸 독소물질을 규명할 때 SNP(단일염기서열) 분석이 필요 없다’는 의미라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이에 대해 한 업계 전문가는 “FDA는 의약품의 효능과 안전성만 따질 뿐 원료의 근원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며 “독소로서의 특징만 가지고 있으면 독소의 유전자 서열이 어떻든 관심이 없다는 의미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메디톡스가 FDA에 균주 기원을 규명해 달라고 요구한 것도 상대를 잘 못 고른 것이지만 FDA의 결정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한 대웅제약도 무리수를 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금방 드러날 일을 무리하게 확대해석하는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며 “메디톡스의 문제 제기에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대웅제약이 더이상 무대응 카드를 꺼낼 수 없게 되면서 일어난 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메디톡스는 2016년 대웅제약이 자사의 균주를 도용해 보툴리눔톡신제제 나보타를 개발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양사가 보유한 균주의 전체 염기서열을 분석해 도용 의혹을 해소하자고 요구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