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안승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향해 “무역에 동맹국은 없다”고 선언했다. 한국을 향해 “왕창 바가지를 씌운다”, “자기들이 하고 싶은 대로 다 한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선 “재앙”이라며 “전면적인 폐기”를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무역 이슈를 꺼내 들었다. 한동안 북핵 문제에 집중했지만,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관계가 해빙무드로 접어들자 더 노골적인 미국 우선주의로 자신의 지지세력을 자극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무역 관련 회의를 진행한 뒤 기자들과 만나 한미 FTA에 대해 ‘공정한 협상’과 ‘전면적 폐기’를 모두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말은 공정한 협상이지만, 자신의 성에 차지 않으면 협상장을 박차고 나와 협정 폐기를 선언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적자는 사실 심각한 수준이 아니다. 지난해 한국과의 교역에서 기록한 상품 무역적자는 228억8000만달러였다. 한해 전보다 17% 감소했다. 주요 교역국 중에서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중국과의 무역적자(3752억달러)와 비교하면 규모가 6%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타깃으로 삼는다. 당장 진행중인 한미 FTA 재협상이 주목을 받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한미 FTA를 “재앙”이라며 수차례 비판한 바 있다. 그는 주로 벼랑 끝 전략을 쓴다. 폐기까지 언급하며 한국 정부를 압박한다. 한미 FTA를 확실한 본보기로 삼겠다는 심산이다.
가뜩이나 트럼프는 지지율 하락에 허덕이고 있다. 트럼프의 공화당은 잇따라 지방선거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완된 지지층을 결집하려면 자신이 내건 미국 우선주의의 성과를 보여야 할 때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한 관계자는 “제너럴모터스(GM)의 군산 공장 폐쇄 소식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GM의 공장이 디트로이트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한 건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성과에 목이 말라 있다는 걸 반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