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챗온 '그들만의 메신저'로 전락하나

가입자 2억명 돌파…실제 활용도는 미미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 유통 플랫폼 활용 필요
  • 등록 2014-05-15 오후 4:54:02

    수정 2014-05-15 오후 5:28:50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삼성전자(005930)가 만든 모바일 메신저 ‘챗온’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가입자 수 기준으로는 중국의 위챗, 네이버(035420) 계열의 라인, 카카오톡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지만 실제 이용도나 서비스 등은 위상에 걸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15일 관련업계와 삼성전자에 따르면 챗온은 최근 가입자 2억 명을 돌파했다. 챗온보다 가입자 수가 많은 모바일 메신저로는 네이버(035420)의 라인(4억명 이상), 중국의 카카오톡으로 불리는 위챗(5억명 이상), 페이스북이 20조 원을 투자해 인수키로 하면서 화제가 된 왓츠앱(5억명 이상) 등이다.

하지만 지난 2011년 10월 챗온이 출시한 이후 약 30개월 만에 가입자가 2억 명으로 급증할 수 있었던 것은 메신저 자체의 인기보다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판매 증가에 힘입은 결과라는 게 정보기술(IT)업계 중론이다.

챗온은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되는 애플리케이션 중 하나로 삼성 계정을 만들게 되면 바로 활성화가 되기 때문에 스마트폰 판매량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가입자 수가 늘어날 확률이 높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콘텐츠 등 소프트웨어 사업을 강화하고 막강한 스마트폰 판매량을 등에 업고 챗온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소비자로부터 얻는 인기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챗온의 시들한 인기는 삼성그룹 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챗온을 만든 삼성전자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등 일부 임직원을 제외하면 챗온을 사용하는 임직원이 그리 많지 않은 탓이다.

삼성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기존에 이용하고 있는 모바일 메신저가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메신저를 사용하는 것이 불편하다”며 “챗온은 사실상 사내 메신저 역할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챗온의 성공을 위해선 카카오톡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카카오톡이 급성장할 수 이유 중 하나로 게임 서비스 탑재를 꼽을 수 있다. 챗온도 지난해 국내 모바일 게임의 선두주자인 게임빌(063080)과 손잡고 게임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었지만 약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해당 서비스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챗온도 세계 주요 국가 63개 언어와 다양한 운영체제(OS)와 기기를 지원하고 하나의 계정으로 최대 5대의 기기까지 연결할 수 있는 장점들이 많다”며 “한국은 대표하는 간판 메신저로 키우려는 노력을 더 기울였으면 좋겠다”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소프트웨어 사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다”면서도 “당장 높은 이익을 가져다주는 하드웨어 사업보다 연구개발과 마케팅 등 투자가 상대적으로 소홀한 점도 챗온 서비스가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근 업그레이드 한 3.5 버전에 메시지 발신 취소 기능을 포함한 것은 플랫폼으로써의 모바일 메신저가 아닌 대화 중심의 모바일 메신저 기능에 충실하고자 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소비자 편의성 제고에 초점을 맞출 뿐만 아니라 삼성 콘텐츠 사업을 소비자게에게 선보이는 플랫폼으로써의 역할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챗온’.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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