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8개 꿈틀꿈틀"…거미도 사람처럼 '꿈' 꾼다

깡충거미, 밤마다 규칙적으로 망막·다리 움직여
포유류 '램수면' 단계서 꿈꿀 때 행동과 유사
연구진 "거미, 인간과 수면패턴 유사할 수 있어"
  • 등록 2022-08-09 오후 2:05:10

    수정 2022-08-09 오후 2:05:10

[이데일리 이현정 인턴기자] 거미도 인간처럼 잠을 잘 때 꿈을 꾸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거미도 인간처럼 수면 중 꿈을 꾸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진=PNAS 홈페이지 캡처)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다니엘라 C. 뢰슬러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동물행동연구원 등으로 구성된 국제연구진이 깡충거미의 수면 행동에 관해 연구한 보고서가 이날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됐다.

거미는 눈꺼풀이 없어 안구운동을 관찰하기 어려운 동물이지만, 깡충거미는 예외적으로 시선을 옮길 때 망막을 움직여 거미 행동 연구에서 자주 사용된다.

뢰슬러 박사는 지난해 깡충거미가 밤에 휴식을 취할 때 이상행동을 한다는 사실을 포착해 관련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연구 과정에서 거미들은 거꾸로 매달려 다리를 격렬하게 움직이거나 몸을 떠는 등 낮과는 전혀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 이후 뢰슬러 박사는 깡충거미가 수면 중 꿈을 꿔 이 같은 행동을 한다고 판단하고 이번 연구를 새롭게 시작했다.

연구진이 적외선 카메라를 사용해 깡충거미 34마리를 관찰한 결과, 모든 실험 대상 거미가 밤마다 거꾸로 매달려 15~20분마다 한 번씩 약 80초 동안 망막과 다리를 움직였다. 이는 포유류가 렘(REM)수면 단계에 접어들었을 때 하는 행동과 유사하다. 렘수면은 수면 중 뇌 활동이 일부 활성화하면서 꿈을 꾸고 안구와 사지를 움직이게 되는 상태다.

연구진은 이 같은 연구 결과에 대해 “거미가 인간과 개, 고양이 등 포유류와 유사한 수면패턴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배럿 클라인 미국 위스콘신대 곤충학 교수는 “망막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는 깡충거미를 분석 대상으로 선택한 것은 아주 현명했다”며 “꿈을 어떻게 정의하든 현재로서는 이번 연구에 대한 반박 논거가 없다”고 추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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