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232단 낸드' 개발 소식에…SK 노종원이 '등산' 비유한 이유

시장 5위 마이크론, 첨단 칩 개발…속도 50% 빨라
'K-반도체 기술 주도권 위태롭나' 우려에
노종원 사장 "등산처럼 각자 페이스·템포·전략대로"
삼성·하이닉스, 200단 개발 중…계획대로 양산 예고
  • 등록 2022-07-27 오후 3:44:07

    수정 2022-07-27 오후 3:44:07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등산할 때 사람마다 페이스가 있다. 어떤 시점에서는 조금 빠르게 갈 때도 있고 천천히 갈 때도 있듯이 각자 갖고 있는 템포와 전략이 있다.”(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담당 사장)

D램 세계 2위·낸드플래시 세계 5위인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러지(마이크론)이 세계 최초로 200단 이상 낸드 양산을 예고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술 ‘초격차’가 좁혀진 게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장이 27일 메모리 업계를 등산에 빗대 이런 대답을 내놨다.

마이크론이 세계 최초로 선보인 232단 낸드플래시. (사진=마이크론)
이날 마이크론은 세계 최초로 232단 낸드플래시 양산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낸드에서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셀 층수인 ‘단’이 높아질수록 데이터 저장량도 함께 늘어나게 된다. 앞서 마이크론이 선보였던 176단 낸드보다 높게 쌓은 만큼 데이터 처리 속도는 50% 빨라지고 면적은 28% 줄어드는 등 성능이 개선됐다. 해당 제품은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 고성능 제품에 탑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단을 넘긴 낸드플래시가 처음으로 등장한 가운데 국내 반도체 기업의 기술 경쟁력에 대한 의문이 제시됐다. 삼성전자(35.3%)와 SK하이닉스(18%) 등 국내 기업, 일본 키옥시아(18.9%) 등에 이어 시장 점유율 5위에 머무는 마이크론이 이들보다 먼저 첨단 반도체를 만들어 내면서 메모리 반도체 주도권도 위태로워진 게 아니냔 우려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담당 사장. (사진=SK하이닉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이 같은 의견에 흔들리지 않는 분위기다. 여전히 기술적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데다 장기적 관점에서는 자체적으로 판단한 속도에 따라 제품을 생산하고, 안정적 양산을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단 관점이다. 단순히 첨단 기술을 과시하기 위해 속도를 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노종원 사장의 답 역시 이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 이날 열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노 사장은 마이크론 관련 질문을 받자 “메모리 산업을 등산에 비교해 보겠다”고 운을 뗐다. 그는 “등산할 때 사람마다 페이스가 있고 한 사람이어도 빠르게, 천천히 갈 때가 있다”며 “각자 갖고 있는 템포와 전략이 있다”고 말했다. 경쟁사 소식에 흔들리는 대신, SK하이닉스의 기술 개발·도입 계획에 맞게 메모리 생산을 이어가겠단 의미다.

이어 노 사장은 “SK하이닉스는 176단 낸드 플래시 생산 비중이 팹(공장) 내에서 70%를 달성하며 업계 최고 수준이 될 것 같다”며 “또 연내 238단 개발을 완료하고, 내년 상반기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역시 200단 이상 낸드플래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v8(236단) 후공정 테스트가 진행 중이다. 다만 양산 시점의 경우 수익성, 고객 상황 등을 고려해 자체적으로 세운 로드맵에 맞게 결정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기술을 과시하는 것뿐만 아니라 수익성을 고려한 판단을 진행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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