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文정권 비리 수사' 시간 벌까

가처분 신청 인용 시 헌재 선고 전까지 수사 가능
文정권 비리 의혹 ‘윗선’ 겨냥 수사 대대적 확대할 듯
법무부 “신청 기각 시 상당한 사회적 비용·혼란 가능성”
법조계 “檢수사권 규정 불분명…헌재 판단 예상 어려워”
  • 등록 2022-06-28 오후 3:29:37

    수정 2022-06-28 오후 3:29:37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오는 9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시행을 앞두고 문재인 정권 비리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검찰이 시간을 벌기 위해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공을 넘겨받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전 정권을 겨냥한 사정 정국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회정의를바라는전국교수모임 회원들이 지난달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검수완박’ 효력 정지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와 검찰은 지난 27일 헌재에 검수완박법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을 공동 청구하고 법 시행을 막는 효력정지 가처분도 신청했다. 검수완박법은 내용과 표결 절차 모두 위헌 요소가 상당하다는 취지다.

법무부는 “위헌적인 법이 헌재 판단 전에 먼저 시행돼 국민 권익에 심각한 피해를 야기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며 가처분 신청 이유를 밝혔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이 전 정권을 겨냥한 비리 의혹 수사를 벌이는 데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려는 의도도 깔렸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검수완박법은 헌재가 선고를 내릴 때까지 효력이 정지된다. 헌재법은 헌재가 심판 사건을 접수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선고를 내려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해당 조항은 강제력이 없는 훈시 규정으로 해석되며 실제 재판 기간은 대부분 180일을 넘긴다.

특히 검수완박법의 세부 내용마다 쟁점이 존재하고 헌법이 명시하는 검찰의 권한을 놓고 학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만큼 이번 재판은 다른 사안에 비해서도 비교적 오랜 기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따라서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검찰은 현재 진행 중인 권력형 비리 수사들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수사 범위를 확대할 시간적 여유를 확보하게 된다. 반면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 오는 9월 검수완박법이 시행되기 전 수사를 마무리 짓기 위해 속도를 높여야 한다.

헌재는 가처분 신청을 인용 혹은 기각했을 경우 어느 쪽의 이익이 더 큰지 따져보고 인용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에 법무부는 가처분 신청 기각 시 향후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는 것을 설득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오는 9월 검수완박법이 시행된 이후 헌재가 본안에서 위헌 판단을 내리면 시행된 법안을 되돌리는 과정에서 상당한 혼란과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며 “하지만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일단 현행 형사 사법 제도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인 만큼 특별한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전 정권 비리 의혹은 대표적으로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여성가족부 공약 개발 △대장동 개발·로비 특혜 △성남FC 불법 후원금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수사 △문재인 대통령 사위 타이이스타젯 특혜취업 △이재명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이 있다.

이들 의혹 중 대부분은 주요 관계인 소환 조사까지 이뤄지면서 진전을 보이고 있으며, 8월 중 수사를 일단락 짓고 기소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여성가족부 공약 개발 의혹은 범행을 총괄·지시한 ‘윗선’으로 청와대가 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짙어지면서 일각에서는 대대적인 수사 확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유족 측은 당시 청와대가 해경의 수사를 방해하고 사건의 진상을 은폐했다고 주장하며 최근 청와대 관계자들을 잇따라 검찰에 고발했다. 특히 이 사건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정국의 뇌관으로 급부상했다. 사건을 자세히 들여다볼 시간적 여유가 필요한 검찰로서는 9월 전에 진상을 완전히 파악하는 덴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익명을 요구한 로스쿨 교수는 “검찰의 수사권에 대한 헌법 규정이 분명하지 않아 상당한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고, 그만큼 헌재의 판단을 예상하기도 어렵다”며 “검찰은 가처분 신청 기각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수사와 헌법 쟁송 준비를 동시에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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