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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전 세계 IPO 건수도 72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투자전문 매체 배런스 역시 올해 1월 미 주식시장에서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및 전통적인 IPO 등을 통해 32개사가 기업공개에 성공했으며, 이를 통해 모금한 자금은 69억달러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월 106개사, 374억달러와 크게 대비된다.
이는 1월 전 세계 주식시장이 크게 악화하며 기업들이 IPO를 연기 또는 철회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현재까지 미국에선 소프트웨어 제조업체 저스트워크스 등 최소 9곳이 상장을 미뤘다.
한국에선 현대엔지니어링이 2월 15일로 IPO 일정을 늦췄으며, 일본에선 빅트리 테크놀로지 앤드 컨설팅과 치과 의료정보시스템 업체인 노자가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이외에도 세계 각지에서 많은 기업들이 상장을 연기를 상담 또는 검토하고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유상증자의 경우 필리핀의 휴대통신 디트 텔레커뮤니티의 모회사가 증자를 취소했다. 이 회사는 당초 가입자 증가를 목표로 통신기지국 건설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2020~2021년엔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해 거의 모든 국가가 완화적인 재정·통화정책을 펼쳤다.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은 막대한 투자자금이 정보기술(IT), 전기자동차(EV) 등 신산업에 쏟아졌다.
이에 따라 지난해에는 글로벌 자금 조달액이 약 1조 3000억달러로 지난 10년 평균의 1.7배까지 불어났다. 상장 기업 수도 약 2200곳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보였다.
하지만 올 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인상 예고, 인플레이션 우려 및 불확실성 심화, 오미크론 변이의 급속 확산 등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부각됐고, 대다수 국가에서 1월 하락장이 연출됐다.
미쓰비시UFJ의 야스이 요이치로 국제투자 담당자는 “신규 상장 종목이 모두 팔리는 국면은 끝났다”고 진단했다.
향후 인플레이션과 통화정책 향방이나 폭을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글로벌 주식시장이 안정화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견해가 늘어나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이토 마리 자본시장 본부장은 “상장 등 기업들의 잠재적인 자금 조달 수요는 지난해와 같은 수준이지만, 2월에도 성적은 저조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유동성을 근간으로 한껏 부풀었던 거품이 꺼지고 나면 2000년 전후 IT버블 붕괴 이후 나타난 전 세계적 경기침체가 재현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닛케이는 “기업들이 자금을 제때 조달하지 못하면 계획했던 설비투자가 둔화하고 경기회복에도 찬물을 끼얹는 등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