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물산 주가는 전날보다 900원, 1.55% 떨어진 5만7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 실질주주증명서를 반납하면서 보유주식 일부를 처분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투자심리에 녹아든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물산 주가는 이날을 포함해 최근 4거래일 연속 약세를 보이면서 제일모직과 합병을 결정한 이사회가 열렸던 지난 5월26일 이후 처음으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5만7234원) 아래로 떨어졌다. 주식매수청구권은 소액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로, `이 결혼(합병)에 반대하니 서로 호적(주식)을 정리하자`고 말할 권리인 셈이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기간인 다음달 6일까지 삼성물산 주가가 청구권 가격을 지속적으로 밑돌 경우 회사측에 주식을 되사달라고 요구하는 주주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 파는 가격보다 회사에 파는 가격이 더 높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러한 요건을 갖춰 청구권 행사 자격을 가진 주주가 전량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더라도 금액이 1조5000억원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028260) 합병계약서에 따르면 양사에 청구되는 주식매수가액이 합계 1조5000억원을 넘어서면 합병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이 금액은 어느 한 쪽이 합병계약 해지를 통보할 수 있다는 조건일 뿐 회사측 의지만 있다면 합병을 그대로 추진할 수는 있다. 삼성물산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1조8000억원, 1분기말 기준)외에 KCC에게 자사주 5.6%를 매각하며 확보한 현금(6700억원)도 주식매수청구권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삼성물산 주가가 지속적으로 청구권 가격보다 낮게 형성돼 회사가 주식매수청구권에 쏟아야할 자금이 수 천억원대로 불어난다면 시장에서의 또다른 잡음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은 삼성에게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제일모직에서 주식매수청구권이 대량 행사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에서 주식매수청구권 부담은 오롯이 삼성물산이 짊어져야 하는 상황이다.
◆용어설명: 주식매수청구권
합병, 영업권 양도 등과 같이 주주 이익과 중대한 관련이 있는 사안에 반대하는 주주가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공정한 가격으로 매입하도록 회사에 청구할 수 있는 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