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重·ENG 합병무산 후폭풍 없나?

이재용 부회장 지배권 강화에 차질
"합병 재추진..신중히 재검토"
  • 등록 2014-11-19 오후 4:13:26

    수정 2014-11-19 오후 4:17:28

[이데일리 정태선 이진철 기자] 2020년까지 40조원을 웃도는 종합플랜트 회사로 거듭나겠다며 합병을 결정한 삼성중공업(010140)삼성엔지니어링(028050)의 계획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주식매수청구권이 걸림돌이 됐다. 국민연금을 필두로 한 기관투자자들을 비롯해 다수의 개인투자자들까지 합병에 반대하며 주식 매수를 청구했다.

합병 무산에 대한 우려는 애초 합병 결정 당시인 지난 9월부터 제기됐었다. 불황으로 실적 부진에 허덕이는 가운데 시너지는 불확실한 반면 재무적 부담만 가중시키는 합병에 대한 회의적이 시각이 많았다.

삼성엔지니어링에 대한 주식매수 청구금액이 7063억원으로 애초 정한 매수대금 한도 4100억원을 초과했다. 삼성중공업에 대한 주식매수 청구금액은 9235억원으로 한도 9500억원에 조금 못 미쳤지만 계획대로 합병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양사가 모두 1조6299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주식매수대금을 지급해야만 했다.

삼성중공업의 올해 6월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225.6%, 순차입금의존도는 11.4%로 재무안정성 지표는 우수한 편이다. 그러나 올해 1분기 해양플랜트 생산설비 부문에서 대규모 손실을 반영하는 등 해양부문의 실적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어 단기적인 수익성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수출비중이 75% 내외로 해외 위주의 사업구조를 보유하고 있지만 최근 해외사업장의 원가율 조정으로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다. 올해 6월말 연결기준 부채비율 및 순차입금의존도는 531.4%, 20.6% 수준이며, 최근 실적 부진 등으로 재무안정성이 떨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조선업계 자체가 최근 유가 하락, 불안한 금융시장,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인한 악화한 영업환경에 놓인 가운데, 이들의 무리한 합병은 결국 기업가치 손실마저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해왔다.

이에 삼성그룹측은 3세 경영에 대비한 계열사 구조개편이 처음으로 좌절됐다는 점에서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오너 일가가 직접 보유한 지분이 없고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상 아래에 있다.

따라서 이번 합병 무산이 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 3세들의 지배구조 개편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는 분석이다. 삼성중공업은 삼성전자가 최대주주이고, 삼성엔지니어링은 옛 제일모직을 흡수합병한 삼성SDI가 최대주주로 돼 있다.

하지만 삼성그룹이 중공업·플랜트건설 사업부문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권을 강화하면서 사업구조를 재편하려는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측은 “앞으로 합병을 재추진할 지 여부는 시장 상황과 주주의견 등을 신중히 고려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삼성그룹은 최근 계열사 사업부문 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은 옛 제일모직 패션부문을 영업양수했다. 제일모직은 급식·식자재 부문을 삼성웰스토리로 물적 분할하고, 건물관리사업을 에스원으로 이관했다.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 삼성SDI와 옛 제일모직도 각각 합병했다. 이달에는 삼성SDS가 유가증권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상장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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