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디지털 성 범죄물의 유통을 막기 위한 ‘n번방 방지법’이 시행된 지 3년이 넘었지만, 온라인 성 착취 범죄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올해 7월까지 ‘통신매체 이용 음란 범죄 발생 건수’가 2020년 한 해 건수를 웃도는 것으로 확인됐다.
| 위 기사 내용과 무관함.(사진=게티이미지 프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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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통신매체 이용 음란범죄 발생 건수’에 따르면 온라인 성 착취 범죄는 최근 증가 추세다. 지난 2018년 1365건이던 통신매체 이용 음란 범죄 발생 건수는 2019년 1437건, 2020년 2047건으로 소폭 증가했다. 이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창궐하며 대면 접촉이 제한되는 가운데 비대면 서비스의 이용이 빈번해지면서 관련 범죄 발생 건수는 2021년 5067건, 2022년 1만563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올해는 7월까지 5553건이 발생, 2021년 한 해 발생 건수를 웃도는 모양새다. 이 추세대로라면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울 가능성이 크다. 불과 5년 만에 10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통신매체 이용 음란죄는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할 목적으로 전화·우편·컴퓨터·그밖의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말·음향·글·그림·영상·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에게 적용되는 범죄를 가리킨다.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3조에 따르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온라인 성범죄가 증가세를 보이는 것은 n번방 사건 이후 단속이 강화되고 코로나19로 비대면 서비스 이용이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n번방 사건은 2020년 주범 조주빈이 미성년자 등의 성착취 동영상을 불법 제작해 텔레그램 대화방 ‘박사방’에 유포한 사건이다. 조주빈은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 등으로 2021년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42년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국회도 2020년 5월 성폭력처벌법·정보통신망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등 6개 법안을 포괄한 ‘n번방 방지법’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실제 n번방 방지법 등이 제정된 2020년 이후부터 관련 범죄의 증가세는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n번방 사건 이후 온라인 상으로 주고받는 음란물이나 성 착취물에 대해서 단속을 강화해온 측면도 있다”면서 “시민도 n번방 사건 이후 이러한 일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져서 인지 신고도 늘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게임을 하면서 채팅 중 성적인 발언 등에 대해서도 고소가 많아진 점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술 발전으로 온라인 성범죄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n번방 사건 등을 통해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문제점이 부각되면서 수사기관도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지만, 기술적 발전으로 사진이나 동영상을 쉽게 공유 유통하게 되면서 통신 관련 범죄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최근 5년간 통신매체이용음란 범죄 발생 건수.(자료=조은희 의원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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