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실경산수화 수작"…490년 만 고국 돌아온 '독서당계회도'

현전 독서당계회도 중 가장 오래돼
참석자 이름·관직명 게재…1531년 제작 추정
"실경산수화 예술 가치 살필 중요한 자료"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 특별전서 공개
  • 등록 2022-06-22 오후 3:43:36

    수정 2022-06-22 오후 4:30:52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조선시대 초기 산수화 중에서도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는 ‘독서당계회도’가 490년 만에 국내로 돌아왔다.

‘독서당계회도’는 조선 중종(재위 1506∼1544) 때인 1531년 무렵 한강 동호(東湖·뚝섬에서 옥수동에 이르는 곳) 일대에서 선비들이 뱃놀이를 즐기는 모습을 묘사한 그림이다. 이번에 환수된 ‘독서당계회도’는 현전하는 16세기 독서당계회도 3점 중 하나로, 실경산수로 그려진 계회도 중 가장 이른 시기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2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독서당계회도’ 언론공개회에서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독서당계회도’는 조선시대 실경 산수화의 예술적 가치를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며 “앞으로도 국외에 있는 중요 한국문화재를 발굴·조사해 선제적으로 보호하고 활용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2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독서당계회도’ 언론공개회에서 최응천 문화재청장이 설명을 하고 있다(사진=문화재청).
‘독서당’은 조선시대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만든 독서 연구기구이고, ‘계회도’는 문인들의 모임인 계회 장면을 그린 회화다. 독서당은 중종 때 한강 연안에 지어져 문신들의 ‘사가독서(賜暇讀書)’에 사용됐고, 임진왜란 중에 소실될 때까지 학문 연구 등의 기능을 담당했다. 사가독서는 젊고 유능한 문신들을 선발해 휴가를 주고 공무 대신 학문에만 힘쓰게 한 제도이다.

독서당계회도의 중앙에는 우뚝 솟은 매봉산(응봉)을 중심으로 지금 한강변의 성동구 옥수동(두모포) 일대가 묘사돼 있다. 중앙부에는 강변의 풍경과 누각이 자리잡고 있으며 지붕만 보이는 독서당에는 관복을 입은 참석자들이 뱃놀이를 하고 있다. 비단에 그려진 계회도의 전체 크기는 가로 72.4㎝, 세로 187.2㎝다.

그림 아래쪽에는 모임에 참가한 인물 12명의 이름과 호, 본관, 태어난 해, 사가독서 시기, 과거급제 시기, 품계와 관직 등이 기록돼 있다. 그림에 묘사된 참석자들은 1516년부터 1530년 사이 사가독서를 했던 젊은 관료들이다. 그 중에는 영주 소수서원의 전신인 백운동서원을 설립한 주세붕, 성리학의 대가로 추앙받았던 송인수, 시문에 뛰어났던 문장가 송순 등이 포함돼 있다. 작품에 기재된 관직과 ‘중종실록’ 등의 사료를 통해 이 작품이 1531년께 제작됐음을 추정할 수 있다.

박은순 덕성여대 미술사학과 교수는 “조선 초부터 관료들의 결속과 친목을 위한 모임인 ‘계회’가 유행했다”며 “계회를 가진 이후에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참석자 수만큼 계회도를 제작해 나눠 갖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단 구성의 계회도는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찾기 어려운 조선시대 특유의 회화 형식”이라며 “수가 매우 적은 조선 초기 회화의 공백을 메꾸는 자료로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고 부연했다.

작품이 우리나라에서 언제 반출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당초 소장자인 일본인 간다 기이치로(1897∼1984·교토 국립미술관 초대 관장)의 사망 이후 다른 일본인이 갖고 있다가 지난 3월에 열린 미국 경매 시장에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서 해당 내용을 파악한 후 입찰에 나서 매입에 성공했다.

독서당계회도는 내달 7일부터 9월 25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리는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 특별전을 통해 일반에 공개된다.

독서당계회도(사진=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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