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노조의 다섯번째 도전…민간기업 첫 '노조추천이사' 나올까

김영수 전 수은 부행장 추천
"해외사업 투자·리스크 전문가"
'주총 득표 어렵다' 전망 지배적
여야 합의로 공운법 개정 변수
  • 등록 2022-01-18 오후 3:58:42

    수정 2022-01-18 오후 4:58:29

[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KB금융지주(105560) 노동조합이 18일 김영수 전 수출입은행 부행장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한다고 밝혔다. 노조가 추천하는 인사를 사외이사에 앉히는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KB금융 노조가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다섯번째다. 공기업에 노동자가 직접 사외이사로 참여하는 ‘노동이사제’ 도입을 의무화한 가운데 민간 금융권에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이 현실화할지 주목된다.

김영수 전 수출입은행 부행장
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KB노조)는 이날 서울 여의도 신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3월 말 정기주주총회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 자리에 김 전 부행장을 추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B금융 사외이사 7명은 3월 말 일제히 임기가 만료되는데 이 가운데 1명은 최대 임기인 5년을 채운 상태다. 최소 1명은 교체해야 한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상 의결권이 있는 주식 0.1% 이상 보유 시 안건을 주총에 바로 상정할 수 있다. KB노조는 계열사 노조가 보유한 주식을 토대로 KB금융이 운영 중인 ‘사외이사 예비후보 추천제’를 거치지 않고 사외이사 추천안건을 주총에 올릴 예정이다.

김 전 부행장은 1985년 수은에 입행한 후 홍콩현지법인, 선박금융부, 국제금융부, 플랜트금융부, 여신총괄부 등을 거쳐 2015년 기업금융본부장(부행장)에 올랐다. 2018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는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 상임이사를 지내며 해외대체투자사업, 정책펀드관리, 채권발행 등의 업무를 수행한 해외사업 전문가다.

김 전 부행장을 추천한 데 대해 노조는 해외 사업 리스크 관리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경쟁사가 해외사업 전문가를 사외이사진에 합류시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반면 KB금융에는 이러한 전문가가 없다”며 “김 후보는 해당 분야에서 오랜 노하우와 탁월한 식견으로 KB금융의 해외사업에 대한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인사”라고 밝혔다.

KB노조가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에 나서는 것은 2018년 3월 주총 이후 이번이 다섯번째다. 시장에선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이 쉽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분율이 70%에 달하는 외국인 주주를 설득하기가 어렵다는 분석에서다. 앞선 세 차례 주총(한 번은 노조가 자진 철회)에서도 주주들의 표를 얻지 못했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도 KB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에 반대 의견을 냈다.

노조는 사회적 환경이 달라진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여야 합의로 공기업에 노동이사제 도입을 의무화한 공공기관운영법(공운법) 개정안이 통과된 만큼 노조추천이사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도 이뤄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법 개정으로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131곳은 노동자가 이사회에 직접 참여해야 한다. 노조추천이사제는 노동이사제보다 한 단계 낮은 제도인 만큼 민간 기업에도 충분히 도입할 수 있다는 게 노조 측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노동자 입장을 대변해달라는 게 아니라 현 이사회에서 취약한 분야의 전문가를 모셔 조직 발전을 꾀하자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사측이 해외 투자 전문가를 추천할 가능성에 대한 질의에는 “후보 간 경쟁이 가능해 긍정적인 방향”이라고 답했다.

아직 민간 금융권은 물론 민간 전체 회사에 노조추천이사제를 도입한 곳은 없다. 지난해 9월 국책은행인 수은이 노조가 추천한 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했지만 임명권자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어서 경우가 다르다. 또 다른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도 오는 3월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에 나설 전망이다.

한편 KB금융 이사회 관계자는 “이사회 내에는 미국 월가에서 실무 경험을 쌓는 등 금융, 재무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이사들이 많다”며 “특히 메트라이프생명 회장을 역임한 솔로몬 이사는 해외와 국내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사업에 대한 주요 자문과 해외 주주대상 소통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사회가 해외사업과 관련해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노조 주장은 근거가 미약하다”고 노조 측 입장을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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