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는 그동안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며 증거 채택 결정을 미뤄왔다.
16일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김정운)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재판부는 제보자 이모씨가 국가정보원과 작성한 진술조서 5건 가운데 3건에 대한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씨가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자신이 작성한 진술서가 맞는지 확인하고 작성 경위 등에 대해 진술해 진정성립을 일정할 수 있으므로 증거능력이 부여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변호인단이 국정원 직원에 의한 사전 작성 의혹을 제기한 2회와 4회차 진술서는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2회 진술서는 4시간 10여분에 이르는 녹음파일을 듣고 작성된 것으로 돼 있는데 당시 진술서는 3시간 만에 쓰였고 4회 진술서도 10시간 녹음파일을 들었다고 기재됐지만 4시간 만에 작성돼 진정성립을 인정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이 의원 등 피고인들에 대해 지난해 8월 28일 진행된 압수수색 과정에서 변호인단이 절차상 문제를 제기해 증거 채택 여부가 보류됐던 압수수색 수사보고서도 대부분 증거로 쓰이게 됐다.
이에 재판부는 “수사관들이 미리 영장 집행 장소와 일시를 통지하지 않았지만 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의 성격이나 사전 통지 시 증거인멸이 가능한 점을 고려하면 사전 통지 예외 사유인 ‘급속을 요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양원 피고인 등으로부터 압수한 전자저장매체의 암호를 국정원이 푸는 작업 역시 압수수색 과정에 포함되는데 이 과정에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참여하지 않아 이를 분석한 수사보고서는 증거능력이 없다는 변호인단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암호를 푸는 작업은 압수수색 과정에 포함된다”면서도 “수사관들이 암호를 풀고 전자저장매체를 분석할 것이 충분히 예상됨에도 피고인들은 암호를 묻는 말에 묵비권을 행사했으므로 증거를 인정할 수 있는 예외적 경우”라고 판단했다.
이밖에 홍순석 피고인에게서 압수한 전자저장매체의 사본을 분석한 수사보고서도 압수수색 당시 수사관과 민간 디지털 포렌식 전문가들이 원본과 사본의 해시값을 비교해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동일성을 인정하고 증거로 채택했다.
다만, 피고인들의 페이스북 게시물을 동의 없이 출력하거나 신문기사를 인용하고 작성자가 법정에 나와 증언하지 않아 작성 경위 등을 알 수 없는 일부 서류증거들은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
증거로 채택된 제보자의 진술서나 채택되지 않은 진술서 모두 이미 증거로 쓰이는 녹음파일을 제보자가 녹음한 것이 맞는지, 녹음파일과 녹취록의 내용이 다르지는 않은지 등을 확인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검찰도 “재판부가 압수수색 절차에 일부 문제가 있어도 사건의 실체를 이해하기 위해 증거능력을 인정했다”면서도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하나의 과정에서 당연한 것으로 그렇게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증거 채부 결정과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일은 별개”라며 “재판부가 적절한 판단을 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짧게 답했다.
재판부 역시 “(일부 위법한 절차에 의한 압수수색 수사보고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했지만) 압수물과 피고인들과의 관련성 여부 등은 추후 증거물의 가치 판단 과정에서 고려하고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채택된 제보자 진술서, 수사보고서 등에 대한 증거조사는 20일 39차 공판에서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