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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11일(현지시간)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국제 인도법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있으며 민간인 보호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며 “가자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전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 11개월간 인도적 지원 종사자 약 300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3분의 2가 유엔 직원이었다. 구테흐스는 “법원이 있지만, 법원의 결정이 존중되지 않는 것을 보고 있다”며 “심각하게 반성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앞서 유엔 최고 법원인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지난 7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영토와 정착촌을 점령한 것은 불법이며 철회돼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18일 유엔 총회는 이스라엘군이 6개월 이내 점령된 팔레스타인 영토에서 불법적 존재를 종식시킬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 초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결의안 초안은 ICJ의 자문 의견을 반영해 팔레스타인 정부가 작성했으며, 아랍그룹, 이슬람협력기구, 비동맹운동 등이 상정을 요청했다.
이스라엘 유엔 대사인 다니 다논은 “이 수치스러운 결의안을 전면 거부하고, 대신 하마스를 비난하며 모든 인질을 즉시 석방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라”고 반발했다. 로이터통신은 ICJ의 자문 의견과 유엔 총회의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국제법적 효력을 지니며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도 누세이라트 난민촌에 위치한 유엔의 알자우니 예비 소년 학교와 그 인근 지역에 두 차례 공습을 가했다. 이번 공습으로 최소 18명이 사망했으며, 이 중 6명이 유엔 직원이었다. 유엔은 이번 사건이 단일 사건으로는 유엔 직원이 가장 많이 사망한 사건이라고 밝혔다.
이 학교는 2023년 10월 전쟁이 시작된 이후 수업을 중단하고 피난민들의 대피소로 사용되고 있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지휘관들이 이곳에 숨어 있었다고 주장했다.
밤사이 가자지구 남부와 북부에서도 공습이 이어졌다.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 인근에서 한 주택이 공습을 받아 생후 21개월 된 아기를 포함해 11명이 사망했다고 가자지구 병원 관계자가 밝혔다.
뉴저지 출신의 32세 교사인 미국인 대니얼 산티아고 역시 이스라엘군이 쏜 총에 허벅지 부상을 입었다. 이스라엘군은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공중에 실탄을 발사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산티아고가 다쳤다고 밝혔다.
하마스는 이날 미국이 제안했던 가자지구 휴전 합의안을 조건부로 수용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추가 협상은 거부했다. 이번 성명은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의 휴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나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제안한 휴전안은 △최소 6주간의 휴전과 이스라엘군의 인구 밀집 지역 철수, 노인과 여성 인질 석방 △휴전의 영구적 연장과 모든 인질 석방 및 이스라엘군의 완전 철수 △가자지구 재건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집트와 가자 국경을 따라 폭 100m, 길이 14km의 완충 지대인 필라델피 회랑에 이스라엘군을 주둔시키겠다고 주장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