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 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미국 달러나 멕시코 페소 등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이번 엔 캐리 트레이드의 급격한 청산은 일본 통화정책의 방향이 급격히 전환되면서 발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진 상황에서 일본은행이 지난달 31일 마이너스 금리에서 전환한 지 4개월 만에 금리를 추가로 올린 것이다. 미·일간 금리 차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엔 캐리 트레이드 투자자들은 서둘러 청산하기 시작했다.
정확한 엔 캐리 트레이드의 규모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국금센터는 △엔화 대출 △통화선물 포지션 등의 지표들을 참고해 엔 캐리 트레이드 규모의 상한값과 청산 진행 정도를 추정했다.
우선 ‘글로벌 엔화 대출’로 보면, 전세계 비은행권의 국경간 엔화 차입 잔액은 2713억달러로 집계됐다. 과거 캐리 트레이드 여건이 악화됐을 때 7분기 동안 26%가 상환된 전례가 있다. 이를 최근 잔액에 적용하면 향후 21개월 동안 월 평균 35억달러가 상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일본 거주자의 대외 단기대출’로 기준으로 보면, 대출 잔액은 올해 3월말 기준 2269억달러다. 과거 글로벌 금융 충격이 발생했을 때 2년에 걸쳐 59%가 상환된 바 있다. 이를 최근 대출에 단순 적용하면 24개월간 58억달러가 상환될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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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E 엔화 선물 비상업 포지션’에서는 7월 초반 하더라도 엔화 순매도 포지션이 17년래 최대 수준까지 확대됐으나, 이후 빠른 속도로 청산되면서 최근에는 순매수로 전환됐다. 엔화 순매도 규모는 지난 7월 2일 18만4000계약까지 확대됐으나, 이달 23일 기준으로는 2만3000계약이 순매수 된 상태다.
이상원 국금센터 부전문위원은 “엔화 선물 포지션은 일주일에 한번씩 통계가 나오는 만큼 가장 최신의 데이터로, 엔 캐리 트레이드 정의에 부합하는 투자 형태로 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엔 캐리 트레이드 전체를 커버한다고 하기에는 좁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 개인 FX 마진(외환차익거래)’로 보면 7월 말 기준 45개월래 가장 큰 124억달러의 포지션이 구축됐다. 최근 순매수와 순매도가 빈번하게 바뀌는 모습이다.
국금센터는 8월 중순 현재 추정되는 청산 진행 정도에 비추어 볼 때, 엔 캐리 트레이드 추가 청산이 글로벌 금융불안의 진앙으로 작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이 위원은 “단기 변동성을 일으킬 수 있는 파생상품 포지션은 이미 상당 비중 청산됐다”며 “증권투자를 통한 엔 캐리 트레이드는 그 규모가 글로벌 자금흐름을 주도할 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일본의 초저금리 여건이 지속되는 한 추후 글로벌 투자심리 개선·악화에 따라 엔 캐리 트레이드의 재개와 청산이 반복되면서 변동성을 일으킬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