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일본의 민간소비 부진은 고물가로 인한 실질임금이 하락한 영향과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국민부담률’(직접세와 사회보장부담을 더한 값에서 국민소득을 나눈 값) 상승 등 구조적 요인이 혼재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 일본의 100엔샵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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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동경사무소는 6일 ‘최근 일본 민간소비 부진 배경 및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작년 이후 일본의 민간소비는 부진한 흐름을 지속하면서 경제성장 둔화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통계상 민간소비는 작년 2분기(-0.7%) 이후 △3분기 -0.3% △4분기 -0.4% △올 1분기 -0.7% 등 4분기 연속 전기비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다. 4월 이후 월별 실질소비는 완만한 회복세로 전환됐지만, 증가세는 소폭에 그쳤고 소비심리지표도 악화하고 있다.
사무소는 민간소비 부진의 원인을 실질임금 감소로 꼽았다. 명목임금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에 미치지 못하면서 실질임금 상승률은 전년동월비 기준 2022년 4월 이후 26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통계공표를 시작한 1991년 이후 최장기간 마이너스다. 특히 전체 근로자 세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다른 연령대보다 소비금액 규모가 큰 40~50대(56%) 임금상승률이 전체 평균을 하회했다.
이에 따라 실질가처분소득은 여전히 코로나19 팬데믹이 창궐하기 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가처분소득 증가세가 미약하면서 작년 하반기엔 저축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엔화 약세에 따라 수입물가가 오른 것도 전반적인 구매력과 소비심리 약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수입물가 상승은 주로 소비지출 빈도와 비중이 높은 식료품, 수도광열비 등에 주로 파급됐다는 평가다.
| 출처=한국은행 동경사무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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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소는 구조적인 원인도 있다고 짚었다. 인구구조 변화로 국민부담률이 상승하면서 가처분소득 증가세가 둔화하고 평균소비성향도 하락했다는 분석이다. 국민부담률은 작년 46.1%로 22년 전인 2001년(36.5%)보다 9.6%포인트 상승했다. 세금과 사회보장부담 등 비소비지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명목 가처분소득이 명목 고용자보수보다 완만하게 증가한 것이다.
재정적자를 감안한 잠재적 국민부담률도 같은 기간 45.6%에서 54.6%로 올랐다. 국민부담률 상승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34세 이하의 젊은 근로자세대를 중심으로 평균소비성향도 하락하는 추세다.
| 출처=한국은행 동경사무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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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소는 하반기 이후 민간소비가 최고 수준의 춘계임금협상으로 인한 임금상승률(5.1%) 확대에 힘입어 완만하게 회복하겠지만, 무직 세대 비율 확대와 평균소비성향 하락 등 요인이 회복세를 제약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무소는 “무직 세대 비중 확대, 국민부담률 상승 등에 따른 평균소비성향 하락 등으로 민간소비의 ‘고용자보수 탄력성’(실질고용자보수 1% 증가시 민간소비 증가율)은 2015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작년엔 0.8 수준에 이르렀다”며 “특히 연금소득이 주된 수입원인 무직 세대의 경우 임금 상승이 물가로 파급될 경우 실질수급액이 감소해 소비를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일본은행 금리 인상이 청년층 소비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최근 주택담보대출 증가를 대부분 청년층이 견인하고 있는데, 주담대 상환 부담이 확대되면서 소비가 축소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출처=한국은행 동경사무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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