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책인가 전략인가…'돈나무언니' 왜 엔비디아 처분했나(종합)

캐시 우드, 엔비디아 주식 또 매각 눈길
"엔비디아를? 감 떨어졌나" 실책론 비등
"제2의 엔비디아 미리 찾는다" 관측도
  • 등록 2023-08-24 오후 3:02:17

    수정 2023-08-24 오후 3:02:17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실책인가, 전략인가.

‘돈나무 언니’ 캐시 우드가 엔비디아 주식을 또 매각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인공지능(AI) 최대 수혜주인 엔비디아가 호실적을 발표하기 하루 전에 벌어진 일이다. 이를 두고 엔비디아를 둘러싼 추가 수익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과 함께 ‘제2의 엔비디아’에 미리 집중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캐시 우드 아크 인베스트먼트 최고운영자(CEO). (사진=AFP)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아크 인베스트 최고경영자(CEO)인 우드가 이끄는 아크 넥스트 제너레이션 상장지수펀드(ETF)는 전날 엔비디아의 주식 2230주를 팔았다. 100만달러(약 13억원)를 약간 넘는 규모다. 하루 뒤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갑자기 처분한 것이다. 엔비디아 주가가 올해 들어 200% 이상 폭등한 만큼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읽힌다.

우드의 매도가 관심을 모은 것은 엔비디아가 곧바로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보였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올해 2분기(5~7월) 매출액 135억700만달러를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101% 급증했다. 영익이익은 77억76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487% 뛰었다. 엔비디아 주가는 실적 발표 전인 정규장부터 3.17% 뛰었고 시간외거래에서는 한때 10% 이상 폭등했다. 엔비디아는 AI 칩 분야에서 경쟁자들이 따라올 수 없는 절대 강자로 불린다.

우드는 엔비디아를 판 대신 줌 비디오 커뮤니케이션 주식을 12만2831주 사들였다. 800만달러 남짓이다. 줌 주가 역시 정규장에서 3.55% 상승했지만, 엔비디아의 존재감에 묻혀버렸다.

상황이 이렇자 시장 일부에서는 우드가 또 실책을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우드는 올해 1월 엔비디아 보유 주식을 대거 처분하면서 200%가 넘는 기록적인 상승장에 올라타지 못했고, 이로 인해 ‘감이 떨어졌다’는 혹평을 들어야 했다. 우드가 이끄는 ETF들은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천문학적인 수익률을 올리며 월가의 주목을 받았으나, 2021년 초반 즈음부터는 수익률이 폭락하며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미국 기술주에 대해 투자한 서학개미들 사이에서는 “우드의 추천과 반대로 하면 된다”는 우스개가 돌았을 정도다.

다만 우드가 ‘엔비디아 이후’를 바라보고 있다는 진단 역시 있다. 우드는 미국을 상징하는 빅테크 주식을 매수하지 않는 이유를 두고 “나에게 빅테크는 안전자산”이라고 말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미 검증이 끝났고 덩치가 커서 폭발적인 성장이 어렵다는 것이다. 시가총액 1조1630억달러로 세계 6위인 엔비디아는 우드에게 안전자산으로 여겨졌을 수 있다.

야후 파이낸스에 따르면 실제 우드는 제2의 엔비디아로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 소프트웨어업체 유아이패스,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업체 트윌리오, 원격 의료업체 텔라닥헬스을 꼽았다. 우드가 AI 소프트웨어 쪽으로 투자 방향을 잡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우드의 주요 ETF의 수익률은 올해 들어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 이번에 엔비디아 대신 줌을 담은 넥스트 제너레이션 ETF의 순자산가치(NAV)는 올해 들어 74.4% 폭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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