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일본 블록체인 전문 매체 코인포스트가 지난 25일 도쿄에서 개최한 ‘웹엑스 컨퍼런스’에서 영상 연설을 통해 한 말이다. 이번 축사는 가상자산을 바라보는 일본 정부의 인식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일본은 전 세계적으로 가상자산 열풍이 분 2017년 발빠르게 가상자산 규제를 도입했다. 가상자산 거래소 등록제를 시행해 거래소에 고객확인의무(KYC)와 고객 자산 분리 보관 의무를 부여했고, 신규 코인 상장은 일본 금융청 관리 아래 있는 가상자산거래업협회(JVCEA)의 심사를 거쳐 ‘화이트리스트’에 등재된 것만 가능하게 했다.
과세에도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 가상자산을 발행한 기업이 매도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는 물량에 대해서도 30%의 법인세를 내게 하고, 개인이 코인 거래로 발생한 소득에 대해선 최고세율 55%로 과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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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고강도 규제를 통해 전 세계를 혼란에 빠트리 루나·테라, FTX 사태 때도 일본은 무풍지대로 남을 수 있었지만, 산업 발전 기회를 놓치고 기업들이 해외로 떠나는 문제를 함께 겪었다. 가상자산 투자 시장도 침체할 수 밖에 없었다.
분위기가 바뀐 건 작년 7월 경제산업성이 산하에 웹3 전담 사무처를 신설하면서부터다. 경제산업성은 올해 4월 ‘웹3 백서’를 승인하고, 웹3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일본 국내외 사업 환경을 정비하는 중이다. 웹3 백서에는 가상자산 발행사의 보유 물량에 대해서 법인세를 징수하지 않겠다는 내용과, 개인의 코인 소득세도 세율을 20%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와 별개로 화이트리스트 대신 JVCEA 심사 없이도 상장할 수 있는 ‘그린리스트’를 지정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비판을 받은 신규 코인 상장 절차를 다소 풀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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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블록체인 업계에선 이대로 가다가는 글로벌 웹3 패권 경쟁에서 한국이 일본에 뒤질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이 아직 일본보다 웹3 기술 수준이나 가상자산 투자시장 활성화 측면에서 앞서 있지만, 아직 산업 자체가 초기 단계인 만큼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등에 입은 일본에 언제든 추월당할 수 있다는 우려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최근 가상자산 시장은 미국 주도에서 아시아 주도로 분위기가 넘어오고 있다”며 “이 기회를 잘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여전히 가상자산을 범죄 수단, 투기성 자산으로 보고 터부시하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인식 개선과 함께 산업 진흥책이 빠른 시일 내에 만들어지지 않으면 가만히앉아서 주도권을 일본에 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