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대단지 아파트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입주 2개월 차인 주민 A씨(55)씨는 단지 내 벤치에 앉아서 휴대폰으로 일기예보를 연신 찾아봤다. 전날 내린 폭우로 단지 및 주차장 일부가 물에 잠기면서 불안에 떨었기 때문이다. A씨는 “(단지 내 조성된) 소방차 전용 도로를 따라서 물이 불었고 식당 등이 있는 공용 건물 쪽에 물이 찼다”면서 “입주한 지 얼마 됐다고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황당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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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75가구 규모의 이 아파트 단지는 지난달 폭우로 지하 주차장에 물이 고인 데 이어 두 번째 침수피해를 겪었다. 관리사무소는 전날 오후 서울 전역에 호우주의보가 발효되자 커뮤니티센터 운영을 중단한다는 안내 방송을 한 걸로 알려졌다. 지난 2월 말 입주를 시작한 신축 아파트 단지에 침수 피해가 이어지자 주민들은 불안을 호소했다. 40대 중반의 주민 B씨는 “아파트 가격이 한두 푼 하는 것도 아닌데 답답한 노릇”이라며 “올해 장마가 이제 시작인데 매년 이런 일이 벌어질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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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상습 침수 구간인 강남역 8번 출구 주변을 둘러보니 건물들 출입구엔 물막이판이 설치된 상태였다. 건물 곳곳에는 빗물이 들어차지 않게 막을 모래주머니 등도 준비돼 있었다.
한 빌딩의 경비원은 “장마가 시작되면서 지난달 26일부터 정문과 회전문에 물막이판을 설치하고 폐쇄했다”면서 “철거되는 시점은 미정이고, 당분간은 옆문을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빌딩 지하 1층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사장 신모씨는 “여기는 예전부터 침수가 많이 돼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비가 오기 시작하면 나가서 항상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행히 침수 피해를 겪으면 건물 주인이 임대료 2개월 치 정도를 면제해 주긴 하지만, 생명이 걸린 문제여서 여름 장마철이면 걱정이 앞선다”고 우려했다.
강남역에서 교대역 방향에 위치한 진흥아파트도 대표적인 상습 침수 지역이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에도 지하 침수로 전기 공급이 끊기면서 주민들이 일시 대피하는 등의 피해를 당했다. 진흥아파트 단지 내에도 모래주머니 등이 준비된 상태였다. 진흥아파트 한 경비원은 “작년에 차량이 침수된 것을 보고 주민 몇몇이 고지대로 차량을 옮기고 있다”고 말했다. 진흥아파트 옆 종합상가에서 세탁소를 운용하는 이모씨는 “지난해 폭우가 쏟아져서 빗물이 가게로 들어차면서 옷 일부가 젖었다”며 “이번에도 피해를 보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강남구도 자체적으로 침수 예방에 나섰다. 맨홀사고 재발방지를 위해 강남역 일대 등 저지대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맨홀 추락방지시설’ 총 1555개를 설치했다. 빗물받이 전담관리자 11명을 채용해 저지대 주거지 및 상가밀집지역 빗물받이를 점검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 기록적인 폭우가 다시 와도 단 한 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동행 파트너 등을 마련했다”며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없도록 신속한 상황전파와 모니터링 등 촘촘한 수해 안전대책을 시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