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통령, 코로나19 의견 충돌에 보건장관 해임

보우소나르 "제한적 격리" VS 만데타 "전면 격리"
코로나19 대응방안 놓고 사사건건 충돌 빚어
국민들은 만데타 지지…"대통령이 오히려 방해"
  • 등록 2020-04-17 오후 3:19:42

    수정 2020-04-17 오후 3:19:42

루이스 엔히키 만데타(오른쪽) 보건장관이 지난달 18일(현지시간) 코로나19 대응 관련 기자회견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에게 손세정제를 뿌려주고 있다.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코로나19 위기 대응과 관련해 갈등을 빚어 온 루이스 엔히키 만데타 브라질 보건부 장관을 결국 해임했다. ‘냄비 시위’ 등 국민들의 격렬한 반대에도 장관 교체를 강행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JS) 등에 따르면 만데타 장관은 이날 트위터 계정을 통해 “방금 전 보우소나루 대통령으로부터 해임 통보를 받았다”며 “보건부 장관으로서 브라질 (국민들의) 건강을 개선할 수 있도록 정책을 수립할 기회를 준 것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코로나19 대응 정책을 수립하는 것은 건강 시스템이 직면한 큰 도전과제다. 후임 장관의 성공을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날 브라질리아에서 만데타 장관과 면담을 가진 뒤 해임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번 사안을 놓고 ‘합의 이혼’이라는 표현을 썼다.

만데타 장관의 해임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만데타 장관은 그동안 사회적 격리와 말라리아 치료제 사용 등을 놓고 반복적으로 대립각을 세워 왔기다. 실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날 만데타 장관을 교체하게 된 이유가 의견 충돌 때문이라고 밝혔다.

WSJ에 따르면 브라질은 16일 기준 코로나19 확진자가 3만425명, 사망자가 1924명에 이른다. 중남미 국가들 중 가장 많은 규모다. 그럼에도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고령자와 기저 질환자 등 고위험군만 ‘제한적’으로 격리하고, 일반인들은 직장으로 복귀해 경제를 회복시키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만데타 장관은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를 비롯한 대규모 ‘전면적’ 사회적 격리만이 해답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두 사람은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과 유사한 하이드록시 클로로퀸을 사용하는 문제를 놓고도 공방을 벌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클로로퀸이 치료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이후 이 약품은 전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만데타 장관은 중증 환자에겐 투약을 검토할 수 있겠으나 전면적 사용은 결코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하이드록시 클로로퀸 사용을 지지하는 여의사 니지 야마구시의 주장을 담은 동영상을 소셜미디어(SNS)에 게재하며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잦은 의견 대립에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결국 지난 15일 “코로나19 사태는 내가 (직접) 해결할 것”이라며 사실상 만데타 장관의 해임을 예고했다. 이에 만데타 장관은 보건부 직원들에게 자신이 곧 해고될 것이라고 토로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이와 관련, 앞서 브라질 언론들은 지난 6일 보우소나우 대통령이 만데타 장관을 교체하겠다고 나섰다가 군 출신 참모들과 의회 지도부들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브라질 국민들은 수도 상파울루를 비롯한 전국 주요 도시에선 저녁마다 냄비나 프라이팬, 주전자 등을 두드리며 만데타 장관의 경질에 항의하는 ‘냄비 시위’를 벌이고 있다. 만데타 장관을 교체해선 안될 뿐더러, 되레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론조사업체 다타폴랴가 지난 1∼3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만데타 전 장관의 코로나19 위기 대응 방식에 대해 긍정적이라는 평가는 76%로 집계됐다. 10명 중 7~8명은 ‘잘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반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대응 방식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라는 답변이 39%로 긍정적(33%)라는 답변보다 많았다. 아울러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코로나19 위기 대응에 있어 도움이 되기는 커녕 방해가 된다는 답변이 51%에 달했다.

이에 따라 적지 않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자칫 코로나19 위기가 진정되지 않고 감염이 더욱 확산될 경우 보우소나르 대통령은 심각한 정치적 위기에 내몰릴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후임 보건부 장관에는 종양 전문의로 알려진 네우손 루이스 스페를리 타이시가 임명됐다. 지난 2018년 대선 당시 보우소나루 캠프에서 비공식 자문 역할을 맡았던 그는 지난해 보우소나루 정권 출범 당시 입각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던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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