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듯한 살림' 한미약품, 200억 통큰 투자 왜?(종합)

美 바이오벤처 지분 투자..안과용 약물 韓·中 판권 획득
"미래 성장동력 확보 위해 투자 결정"..현금성자산 1000억 보유
  • 등록 2015-01-13 오후 3:27:14

    수정 2015-01-13 오후 3:28:38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한미약품(128940)이 빠듯한 자금 사정에도 불구하고 통큰 투자를 결심했다. 회사 측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라고 설명했다.

13일 한미약품은 미국 안과전문 벤처기업인 알레그로와 전략적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총 2000만달러(217억원)를 투자해 알레그로의 지분을 획득하고, 알레그로가 개발 중인 망막질환 치료신약 ‘루미네이트’의 한국·중국 시장 개발·판매권을 확보했다.

이관순 한미약품 사장
루미네이트는 안구 내 이상혈관의 신생 및 증식을 억제하는 새로운 기전의 약물로 현재 미국 등 글로벌 지역에서 유리체황반견인, 당뇨병성황반변성, 당뇨병성망막증 등을 타깃으로 글로벌 2상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한미약품의 대규모 투자에 대해 뜻밖이라는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연구개발(R&D) 비용의 증가로 당장 시급한 투자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3분기 7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 R&D 비용의 급증이 주요 요인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한미약품은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개발 중인 바이오신약 등이 해외 임상에 돌입하면서 임상비용이 폭증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R&D 분야에 국내 제약사 중 가장 많은 1300억원 이상을 쏟아부었다.

실적도 좋지 않다. 한미약품의 지난해 3분기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3.2% 감소했다. 리베이트 규제 강화 등의 환경 변화로 영업활동이 위축됐다.

이번 투자로 한국과 중국 판매권을 확보한 ‘루미네이트’가 당장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약물도 아니다. 이 제품은 현재 임상2상시험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상업화까지는 3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미약품 측은 “이번 투자로 안과시장에서 새로운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루미네이트가 임상2상시험에서 입증한 잠재 시장성을 고려하면 의미있는 투자라는 설명이다.

한미약품은 현재 10여개의 신약을 개발 중인데, 대부분 당뇨치료제와 항암제 분야에 편중돼있어 신약 파이프라인 확대가 절실하다. 지난 2008년부터 안과시장을 전담하는 별도의 영업조직을 운영 중이어서 시장성 높은 안과 의약품을 확보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상황이다.

영업환경은 좋지 않지만 현재 한미약품의 투자 여력은 충분한 편이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초 유상증자를 통해 946억원의 투자비를 조성했고, 최근 보유 중인 동아쏘시오홀딩스, 동아에스티의 주식 일부를 매각하면서 현금을 확보했다. 그 결과 지난해 3분기 기준 한미약품의 현금성자산은 1035억원으로 2012년 647억원, 2013년 751억원보다 크게 늘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알레그로는 설립자들이 미국 앨러간 출신 연구진으로 미국 내 안과 분야 석학 6명이 과학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R&D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면서 “자금 여력이 있을 때 미래 성장동력을 미리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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