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념관장에 일제 통치 미화 인사?…광복회 "추천 철회, 재선정해야"

이종찬 광복회장, 독립기념관장 후보 관련 기자회견
"독립운동가 후손 후보 탈락시키고 뉴라이트 계열 추천"
"독립운동가 후손 지원자 평가에서 당연직인 자신 배제"
  • 등록 2024-08-05 오후 5:16:27

    수정 2024-08-05 오후 5:33:20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독립기념관장에 일제강점기에 대해 우호적인 주장을 하는 이른바 ‘뉴라이트’ 계열 인사가 추천된 가운데, 광복회가 반발하고 나섰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5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독립기념관장 후보자로 독립운동을 폄훼하고 일제의 식민지배를 미화하는 인사들을 추천하는 것은 헌법정신과 역사적 정의에 반하고 독립기념관 정관 제1조1항에도 위배되는 불법이자 불의”라며 추천 철회와 재선정을 요구했다.

독립기념관법에 따르면 독립기념관장은 독립기념관 임원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가 복수로 추천한 후보자들 중 국가보훈부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러나 광복회에 따르면 임추위는 관장 지원자들에 대한 서류전형과 면접을 실시한 뒤, 독립운동가 후손 후보들을 탈락시키고 뉴라이트 사관을 가진 후보 3명을 선발해 국가보훈부 장관에게 보고했다.

이 후보자들은 “일제 강점기가 한국 근대화에 도움이 되었다”, “일제 강점기에 한국인은 일본의 신민이었다”는 등의 주장을 한 인사들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국가보훈부 장관은 법적 하자가 없다며 이들 3명의 후보를 대통령에게 제청했다. 대통령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을 8.15 광복절 전에 독립기념관장으로 임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종찬 광복회 회장이 5일 광복회관 대강당에서 독립기념관장 후보 추천 관련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광복회)
이종찬 회장은 “후보자 추천 결정 과정에서 뉴라이트 인사인 임추위 위원장은 광복회장으로서 당연직 임추위 위원인 나에게 제척 사유가 있다는 이유를 내세워 독립운동가 후손인 지원자의 평가에서 나를 배제시켰다”면서 “이는 어떤 규정에도 근거가 없는 불법적인 행위였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회장은 위원회 회의록에 서명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항의했다. 탈락한 독립운동가 후손 2명은 이날 임추위 결과에 불복해 무효확인소송 및 집행정지신청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임추위가 탈락시킨 한 후보는 김구 선생의 장손이며, 또 다른 후보는 한국광복군 출신으로 6.25 전쟁에서 공훈을 세훈 독립운동가 자제다.

이 회장은 “독립운동가 후손 지원자들에 대한 심사에서는 나에게 친분관계가 있으니 제척사유에 해당되므로 심사에서 회피하라고 종용했던 뉴라이트 인사인 임추위 위원장은 정작 자신과 뉴라이트 단체에서 함께 활동했거나 책을 공저했던 지원자들에 대해서는 스스로 회피하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회장에 따르면 독립기념관장 후보자로 결정된 인물 중 한 명은 후보자 면접에서 “일제시대는 나라가 없었기 때문에 당시 우리 국민은 일본 국적이었다”며 일제의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독립기념관장 후보자로 결정된 또 다른 인물은 박근혜 전 대통령 때 식민지 근대화론에 입각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다 국민적 반대에 부딪혀 실패할 때 근대사 교과서 집필에 참여해 논란을 빚은 당사자다.

독립기념관은 지난 2월에도 식민지 근대화론의 산실로 평가받는 낙성대경제연구소의 박이택 소장을 이사로 임명해 논란이 됐다. 낙성대경제연구소는 2019년 일부 연구진이 일제강점기 징용과 위안부 강제성을 부정하고 식민지 근대화론을 옹호하는 한편 독도를 한국 영토라고 볼 학술적 근거가 충분치 않다는 등의 주장을 담은 책 ‘반일 종족주의’를 펴낸 곳이다.

‘반일 종족주의’ 공저자 중 한 명인 김낙년 동국대 명예교수는 지난달 30일 정부 출연기관인 한국학중앙연구원(한중연) 제20대 원장으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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