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우크라이나의 우방이었던 슬로바키아에 친(親)러시아 내각이 출범한다. 러시아에 맞선 서방의 단일 대오가 흐트러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친러 사회민주당을 이끌고 있는 로베르트 피초 전 슬러바키아 총리.(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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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슬로바키아 사회민주당은 이날 목소리-사회민주당(Hlas), 슬로바키아국민당과 연립정부 구성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사민당 대표인 로베르트 피초 전 총리가 이달 중 새 총리로 취임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서방 국가에선 사민당의 집권을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총선 과정에서 친러적 성향을 감추지 않았던 사민당이 집권하면 러시아에 맞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한 서방의 연대가 흐트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피초 전 총리는 총선 과정에서 그는 “내가 집권하면 탄약통 하나도 우크라이나에 보내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계 주민들을 학살한 게 전쟁의 발단이 됐다는 러시아 정부의 음모론을 되풀이하기도 했다.
슬로바키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우크라이나에 미사일과 전투기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왔지만 최근 들어선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입 금지 문제로 사이가 벌어졌다. AP는 피초 전 총리가 선거에서 이기면서 유럽연합(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간 취약한 연대감이 더욱 훼손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피초 전 총리가 선거 때 공언한 것처럼 친러·반(反) 우크라이나 정책을 펴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연정 파트너인 Hlas가 다른 유럽 국가와의 연대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페테르 펠레그리니 Hlas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EU와 나토 회원국으로 슬로바키아의 역할이 위태로워지지 않도록 보장할 것”이라며 이 같은 기조에서 어긋하면 연정에서 탈퇴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