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아파트 15개 단지에서 무더기로 철근이 누락된 사태와 관련해 대한건축사협회가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다만 건축사협회는 건축구조기술사회의 “건축사들이 설계부터 감리까지 계약을 독점해 문제가 발생했다”는 주장 등에 대해서는 적극 반박했다.
| 1일 오후 경기도 양주시 덕계동 양주회천A15블록 지하 주차장에서 건설 관계자가 기둥 철판보강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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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는 9일 입장문을 통해 “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와 관련하여 국민 여러분께 불안과 걱정을 끼쳐드린 것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저가 수주 경쟁, 전문인력 유입 부족, 안전불감증과 같은 건설 현장 전반의 문제와 잘못된 관행 등 총체적 부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밝혔다.
부실의 원인을 두고 설계 오류라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 협회는 “사태를 야기한 핵심적 요인인 ‘구조계산 오류 및 누락’”이라며 “이미 건축 법령상 구조계산과 구조도면 작성 업무는 건축구조기술사가 작성하도록 보장돼 있다”고 했다.
협회는 건축구조기술사 부족이 근본 원인이라며 인력 확대와 정부 차원의 ‘인정 건축구조건축사 제도’ 도입을 언급했다. 지난해 말 기준 등록건축사는 1만 8872명이지만, 건축구조기술사는 1204명에 불과하다. 그만큼 허점이 많다는 취지다.
앞서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는 지난달 19일 “건축사협회는 검단 주차장 붕괴사고가 구조기술사사무소가 수행한 구조계산 및 구조계획의 오류에서 비롯됐다고 호도하며 건축사의 책임이 없음을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건축사들은 모든 ‘설계’는 건축사만이 할 수 있다는 법 조항으로 설계 용역을 수주하고, 구조 ‘설계’라는 용어도 못 쓰게 하면서 사고가 발생할 때만 건축구조기술사를 설계자라고 하면서 책임을 전가한다”고 덧붙였다.
협회는 “필로티 구조 건축물과 특수구조 건축물은 건축구조기술사가 의무적으로 공사 현장을 확인해야 한다”며 “그러나 구조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에서 실제 공사 일정 지연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건축설계비 정상화 필요성도 강조했다. 협회는 “건축 현장의 고질적인 문제인 저가 경쟁이 본 사태의 본질 중 하나”라며 “저가 설계는 부실 설계로 이어져 시공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현실에 맞게 정상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