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고차로 부두봉쇄' 경쟁사 막은 울산항운노조..공정위 과징금 부과

새 계약 따자 하역 방해해 계약 해지
사업기회 잃은 온산노조 시장 퇴출
  • 등록 2021-03-17 오후 12:00:00

    수정 2021-03-17 오후 12:00:00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항만 하역 시장에서 새로운 경쟁자의 사업을 방해한 울산항운노동조합에 다시 칼을 댔다.

공정위는 울산지역 항만하역 근로자공급사업을 독점해 온 울산항운노동조합이 다른 경쟁자인 온산항운노동조합의 하역작업을 방해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0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울산항운노조는 1980년 근로자공급사업 허가를 받은 이후 현재까지 울산지역 항만하역 인력공급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직업안정법에 따라 고용노동부 장관의 허가를 받은 노동조합만 항만하역 근로자 공급사업을 할 수 있다. 노조이긴 하지만 동시에 사업자인 셈이다. 항만 하역회사들은 지역별 항운노조와 노무공급계약을 체결해 사업을 하고 있는데 사실상 특정 노조가 독점적으로 계약을 따내고 있는 상황이다.

2015년 8월 온산항운노조가 근로자 공급 사업권을 따고 항만 하역시장에 진입하자 울산항운노조의 노골적인 방해가 시작됐다.

조합원 32명에 불과한 온산항운노조는 울산항운노조(조합원 수 900명)에 비해 사업능력이 미미했지만, 울산항운노조는 새로운 경쟁자 출연에 따라 ‘먹거리’가 사라질 것을 우려했다. 울산항운노조는 당시 울산지청을 상대로 신규 사업허가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법원에서 기각 당했다.

그러자 울산항운노조는 물리력을 행사해 온산항운노조의 하역작업을 방해했다. 1차는 2016년 7월경이다. 온산항운노조가 선박블록 운송 하역회사인 글로벌과 근로자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하역작업을 시작하자 선박에서 끌어내는 등 사업을 방해했다. 결국 글로벌은 온산항운노조와 계약을 해지했고, 울산항운노조에서만 근로자 공급을 받기로 했다.

이에 온산항운노조는 글로벌의 계약파기에 다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고, 부산고등법원의 조정에 따라 2019년1월부터 2년간 다시 온산항운노조와 근로자 공급계약을 체결하기로 합의했다.

그러자 울산항운노조의 2차 방해가 시작됐다. 울산항운노조는 2019년 1월 21일 농성용 텐트, 스타렉스 차량 및 소속 조합원을 동원해 부두진입 통행로를 봉쇄했다. 온산항운노조의 조합원들의 부두 진입이 불가능해져 하역 작업이 중단됐고, 화주인 세진중공업은 글로벌과 운송계약을 해지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과 온산항운노조 간 근로자 공급계약도 해지됐다.

공정위는 울산항운노조의 방해로 온산항운노조가 항만 하역 작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져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될 위험에 빠졌다고 판단했다. 이는 공정거래법상 불공정행위 중 사업활동방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한편, 공정위는 2019년 3월 1차 방해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000만원을 부과했지만,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대법원은 당시 울산항운노조의 방해행위가 온산항운노조의 사업을 심각하게 곤란하게 할 상황은 아니었고, 온산항운노조와 글로벌 간 계약해지 배경에는 온산항운노조의 경쟁력이 떨어진 점도 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1차 행위에 대해서는 패소했지만, 2차 행위는 1차 상황과 다르다”면서 “온산항운노조가 충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울산항운노조의 방해로 시장에서 퇴출됐다는 점을 충분히 입증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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