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수돗물 이물질 피해…"상수도본부장 사퇴하라"

인천서구 수돗물 문제해결 주민비상대책위원회 회원들이 4일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인천평화복지연대 제공)

[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인천 서구·중구 주민들이 수돗물 이물질 피해를 입고 있는 가운데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장에 대한 사퇴 요구가 커지고 있다.

검단주민총연합회 등 3개 단체로 구성된 인천서구 수돗물 문제해결 주민비상대책위원회는 4일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승지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장은 수돗물 피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지난달 30일부터 5일이 지난 지금 이 시간까지 서구지역에서 수도를 틀면 붉은 물이 나온다”며 “새로 끼운 필터가 구역질이 날만큼 까맣게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붉은 물에 검은 물까지 나온다. 검정가루의 정체가 무엇인지 왜 알려주지 않는가”라며 “오염수도 모자라 얼마나 많은 약품을 풀었기에 녹지도 않고 시퍼런 가루들이 그대로 흘러나오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 “서구 50만 주민들이 적수(붉은 물)로 인해 일상생활이 불가능한데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수질검사가 적합하니 적수를 마셔도 된다며 주민을 우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천서구 수돗물 문제해결 주민비상대책위원회 회원들이 4일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인천평화복지연대 제공)

주민들은 “상수도사업본부는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공급해야 하는 책임을 져버렸다”며 “우리는 더 이상 상수도사업본부와 이 사태를 논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지금까지 책임을 회피하고 사태를 수습하지 못한 상수도사업본부에 대해 서구주민들은 고발과 행정소송을 하겠다”며 “인천시는 무능력하고 무책임한 상수도사업본부를 내세우지 말고 직접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주민들은 환경전문가를 투입해 피해지역 수질검사를 진행하고 해결 방안과 보상대책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또 콘트롤타워와 전담팀을 꾸려 피해지역에 투입시키고 학교, 유치원, 어린이집, 병원에 대해 긴급조치를 시행하라고 강조했다.

한편 박준하 인천시 행정부시장은 이날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돗물 피해로 고통받고 있는 서구 주민 등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인천시민 여러분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박준하 인천시 행정부시장이 4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인천시 제공)

이어 “서구지역에서 적수(빨간 물)가 나와 전문가·학부모·주민 등이 참여하는 민·관합동조사반을 구성해 보다 세밀한 수질검사와 현장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또 “급식이 중단된 초·중·고등학교의 정상적인 급식이 가능하도록 우선 조치와 미추홀참물 추가 제공을 하겠다”며 “공동주택의 물탱크 청소, 정수기 필터교체 등을 시비로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지난달 30일 오전 8시~오후 6시 인천 등에 물을 공급하는 서울 풍납취수장의 전기설비 점검으로 인한 단수를 예방하기 위해 서구, 중구 등에 대한 수계전환(물길 변경) 작업을 했다.

이 때문에 당일 오후부터 서구·중구 일부 지역에서 적수 민원이 발생했다. 인천시는 수돗물 공급체계 전환 과정에서 기존 관로의 수압변동으로 수도관 내부 침전물이 탈락해 이물질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달 3일까지 서구·중구에서 수질검사 민원이 265건 접수됐고 이 가운데 195건이 적합 판정이 나왔다고 인천시는 설명했다. 서구지역 28개 유·초·중·고등학교에 대한 수질검사 결과도 모두 적합으로 나왔다. 시는 또 학교, 주택 등에 생수 28만여병을 공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