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 검은유혹]수법 흉악해지는…처벌강화는 '제자리걸음'

'솜방망이 처벌'이 문제
"단순 사기죄 아닌 강력범죄로 정해야"
  • 등록 2015-03-19 오후 4:00:00

    수정 2015-03-19 오후 7:28:58

[이데일리 나원식 기자] 보험사기가 점차 지능화, 흉포화되고 있지만 처벌강화 등 제도적 보완에 대한 국회 차원의 논의는 수년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국회에는 현재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안과 형법 개정안 등이 발의돼 있지만, 법안 통과를 위한 본격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보험사기는 현행법상 명시적으로 정의돼 있지 않다. 대신 형법상 사기죄가 적용돼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은 보험금을 노린 살인과 상해 등 각종 잔인한 범죄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사기죄가 아닌 강력범죄로 정해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보험사기 처벌 강화 법안 논의 ‘지지부진’

백재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달 보험사기죄를 신설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보험사기죄는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법정형을 정해 처벌 수위를 강화했다. 그는 “보험사기가 살인·방화 등 반인륜적이고 사회규범을 파괴하는 중범죄로 이어지고 있다는 면에서 보험사기의 심각성을 살펴봐야 한다는 게 주된 입법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미 국회에는 이와 유사한 법안들이 2년 가까이 계류돼 있는데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아 이번 법안 역시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실제 지난 2013년 박대동 새누리당 의원과 김학용 새누리당 의원은 각각 보험사기 방지 특별법과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2년 가까이 정무위원회와 법사위원회에 ‘접수’만 돼 있는 상황이다.

미국·독일 등 보험사기 규정 처벌

전문가들은 국제적으로도 보험사기죄를 따로 규정해 처벌하는 사례가 많아 한국에서도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외국에서는 미국의 뉴욕주와 캘리포니아주, 독일, 이탈리아 등에서 보험사기를 별도의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보험사기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 제고 차원에서도 관련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보험사기를 법으로 규정해 처벌하는 국가에 비해 한국에서는 보험사기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보험연구원은 “보험사기의 법적 정의를 통한 범위설정은 일반인들이 보험사기 해당 여부를 예측하게 하고, 이를 통해 그동안 죄의식 없이 행해지던 일부 연성 보험사기에 대해 경각심을 높여 사전적 보험범죄 예방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 등 법조계에서는 이미 사기죄가 있는데, 보험사기에 대해서만 특정해 별도의 기준으로 처벌하는 것은 법체계에 어긋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원회에 올라와 있는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이 적극 논의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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