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피는 순으로 대학 망한다’ 사실로…“지방대 50% 소멸 전망”

양정호 성균관대 교수 ‘지방대 발전방안’서 예측
“서울서 원거리 대학일수록 경쟁률·충원율 하락”
“출생아 25만 이하…2040년 지방대 절반 소멸”
“지방대 살리려면 졸업·취업·정주 선순환 필요”
  • 등록 2023-10-18 오후 3:32:16

    수정 2023-10-18 오후 7:46:49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대학일수록 신입생 모집이 어렵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벚꽃 피는 순으로 대학이 문을 닫을 것이란 속설이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월 1일 경북 구미 금오공과대학교에서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구축 계획을 브리핑하고 있다.(사진=교육부 제공)
18일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가 공개한 ‘지역인재 육성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방대학 발전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과의 거리가 떨어진 대학일수록 신입생 경쟁률·충원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보고서는 한국경제인협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양 교수에게 의뢰한 연구 보고서다.

양 교수는 서울 경북궁을 기점으로 설정, 이로부터 떨어진 거리와 대학 경쟁률·충원율 간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산업대·전문대·교육대 등을 제외한 4년제 일반대학 166곳이다. 분석 결과 서울과의 거리가 멀수록 신입생 경쟁률·충원율이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다. 보고서는 “수도권 사립대학은 2023학년도 입학경쟁률이 13.11대 1을 기록했지만 지방 사립대학은 5.76대 1로 수도권 사립대의 절반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올해 치러진 2024학년도 수시 원서접수 결과에서도 지방대 82곳이 경쟁률 6대 1 미만인 5.49대 1로 ‘사실상 미달’ 위기에 놓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방대 116곳 중 71%에 달하는 수치다. 수시모집에선 수험생 1인당 6곳까지 지원할 수 있어 경쟁률 6대 1 미만 대학은 미달 가능성이 높은 대학으로 분류된다.

신입생 충원율도 서울 소재 대학 대부분이 100%를 유지하는 데 반해 지방 소재 대학은 90%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보고서는 “지방 사립대학과 국공립대학의 신입생 충원율이 2021학년도에 90.35%와 97.09%로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최근 2년 사이에는 지방대 충원율이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는 지방대 모집인원이 2021학년도 13만7409명에서 2023학년도 13만61명으로 감축됐기 때문이며 지방대 붕괴는 계속 진행 중”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보고서는 2022년 대학 입학정원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 학령인구 감소로 2040년 초에는 대학 절반이 신입생을 채우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국내 출생아 수가 2022년 25만 명 밑으로 떨어지면서 이들이 고3 학생이 되는 2040년 초에는 현재의 대입 정원 47만명을 유지할 경우 최소 절반 이상의 대학이 신입생을 채울 수 없을 것”이라며 “현재의 저출산과 신입생 모집의 어려운 추세가 계속되면 2040년대에는 지방대의 절반 정도가 사라질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보고서는 2046년 지역별로 대학 수가 얼마나 감소할지도 예측했다. 이에 따르면 경남은 지역 소재 대학 수가 23개교에서 5개교로, 전남은 21개교에서 4개교로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부산 역시 23개교에서 7개교로, 울산은 5개교에서 1개교로, 대구는 14개교에서 7개교로 줄어드는 것으로 전망됐다.

양정호 교수는 “인구 감소와 지역소멸로 인한 지방대학 위기는 단순히 지방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생존과도 직결된 것”이라며 “지방대학 발전은 특성화, 구조조정, 대학 책무성 강화 등 3박자가 잘 맞아떨어질 때 실질적 성과를 발휘할 수 있으며 지역인재 양성, 취업 확대, 정주 여건 개선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 시·도별 권역 내 대학 감소 추정(자료: 양정호 성균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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