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메이저 제약업체 임원은 의사를 대상으로 자사 약품을 많이 처방해달라는 의도에서 제약사 영업직원이 금품로비를 벌이는 제약 리베이트는 뽑아도 뽑아도 근절되지 않는 ‘잡초’와 같다고 진단했다.
실제 정부가 아무리 강력한 처벌책을 내놓아도 리베이트는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주며 여전히 건재하다. 최근 들어서만 동아제약,유유제약,국제약품,동성제약 등이 제약 리베이트 혐의로 처벌을 받거나 수사를 받고있다.
한 제약사 고위 임원은 “대형 제약사나 대형 병원등에서는 리베이트 관행이 거의 사라졌다”면서도 “중소 제약사나 중소 병,의원등에서는 여전히 리베이트가 지속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상당수 중소규모 병,의원에서는 처방금액의 20% 가량이 리베이트로 상납받는 관행이 여전하다는게 제약업계의 증언이다.
정부는 쉽사리 사라지지않는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약가인하 연동제’라는 강력처방을 지난해 9월 전격 도입했다. 제약사 리베이트 사례가 1차 적발되면 최대 20%, 2차 위반 시 최대 40%까지 각각 약가를 깎는 처벌을 받는다. 3차 위반 시에는 급여정지나 매출의 최대 60%를 과징금으로 부과한다.4차 위반 시에는 급여정지나 매출의 최대 100% 과징금을 매기는 게 이 제도의 골자다.
공동생동으로 약가를 낮추려는 정부의 의도는 어느 정도 현실화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리베이트라는 더 큰 부작용을 낳게 됐다. 공동생동으로 약효는 똑같으면서도 브랜드만 다른 복제약들이 넘쳐나다보니 제약사간 판매경쟁이 치열해질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 결과 약품 처방권을 독점하고 있는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제약사들의 과도한 로비가 결국 끊이지 않는 리베이트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제약업계의 설명이다. 한 메이저 제약사 임원은 “한 질병에 대해 약효는 똑같은 제네릭 치료약이 많게는 수십가지이다 보니 의사가 어떤 약을 처방하느냐가 약품판매량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되고있다”고 귀띔했다.
제약업계는 전문의약품에 대한 일반광고를 금지하는 약사법도 리베이트를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있다고 지적한다. 현행 약사법(68조 ⑤항)은 전문의약품에 대한 일반광고를 금지하고 의사,약사등을 대상으로 하는 의약전문매체에 대해서만 광고를 허용하고있다.
한 바이오의약품 업체 관계자는 “환자가 자신이 처방받을 약에 대한 약효등 기본적 정보만이라도 손쉽게 알수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지금처럼 의사가 약처방을 일방적으로 결정할수는 없게 될것이다”고 전망했다. 환자가 처방약에 대한 정보를 가지게 되는 순간 의사의 약처방 독점권은 금이가기 시작할 것이라는 논리다.
제약업계 일각에서는 지금같이 리베이트를 일방적으로 강력하게 처벌만해서는 근절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차라리 일정 부분 양성화하는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한다.
리베이트 엄벌이 기업의 존재이유인 이윤창출을 위한 다양한 기업활동을 전면적으로 가로막고 있는 게 문제라는 하소연이다. 한 제약업계 임원은 “강력하게 리베이트를 처벌하는데도 사라지지 않는 이유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며 “다른 산업분야 수준은 아니더라도 일정부분 전문의약품 판매확대를 위한 제약사들의 기본적인 마케팅 활동은 허용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시점이다”고 지적했다.
이경호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전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의사의 독점적 처방권한과 제품 성능등에서 차이가 없는 제네릭 약품이 과당경쟁하는 현 제약유통 구조가 지속되는 한 리베이트를 근절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과거 리베이트가 기승을 부렸으나 제약업계의 자체적인 노력으로 리베이트 풍토를 없앤 일본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