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 XE 포트폴리오 2.0d 시승기 - 시장 확대를 위한 재규어의 산물

  • 등록 2016-06-15 오후 2:07:24

    수정 2016-06-15 오후 2:07:24

[이데일리 오토in 박낙호 기자] 독일 3사의 절대적인 영역처럼 느껴졌던 콤팩트 프리미엄 시장에 도전자들이 새로운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대륙 너머의 캐딜락은 직선의 미학을 품고 강력한 퍼포먼스를 앞세운 ATS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고, 독일에서 그리 멀지 않은 영국에서는 재규어가 시장 볼륨 확대의 선봉장으로 XE를 꺼냈다. 가솔린 일색인 캐딜락과 달리 경쟁력 높은 디젤 엔진을 확보한 재규어 XE는 지난 해 여름 한국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한국의 수입차 시장을 따져보면 어쩌면 독일 3사의 입김이 가장 가장 시장 중 하나라 할 수 있을 만큼 독일차에 대한 절대적 지지층이 견고하다. 견고한 시장에서 스포츠 드라이빙 분야에서 좋은 이미지를 쌓고 있는 캐딜락 ATS와 함께, 재규어 XE는 과연 어떤 족적을 남길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하며 XE의 시승을 시작했다.

XE의 전장은 4,670mm이며 전폭은 1,850mm로 시장에 존재하는 경쟁 모델 대비 그리 인상적인 수치는 아니지만 영국 스포츠카 브랜드라는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게 전고를 1,415mm까지 끌어 내렸다. 덕분에 자칫 짧게 느껴질 수 있던 차체가 더욱 길어 보이는 효과를 얻었다. 한편 휠베이스 역시 2,835mm로 경쟁 모델 대비 다소 긴 편인데 BMW 3시리즈가 2,810mm인 걸 감안하면 실내 공간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 일으킨다.

과감함의 부재가 느껴지는 재규어의 미학

재규어 XE는 재규어 가문의 가장 작은 존재지만 재규어의 디자인 테마를 고스란히 반영했다. 재규어 특유의 여유롭고 우아한 보닛을 시작해 유려한 곡선이 어우러지는 루프 라인, 그리고 깔끔하게 마무리 되는 후면 디자인까지 모든 것이 재규어 그 자체의 디자인을 앞세우고 있다. 하지만 XE만의 디자인 포인트가 부족하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전면 디자인은 의심할 필요가 없는 재규어 그 자체다. XF, XJ와 같은 상위 모델과 디테일은 다소 다르지만 J 블레이드 LED 헤드라이트는 어둠 속에서도 단번에 재규어의 차량임을 알 수 있도록 한다. 프론트 그릴의 구성이나 범퍼 디자인도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함께 여유를 담아내며 ‘재규어’ 특유의 향수를 담아냈다.

측면에서는 낮은 전고가 돋보인다. 낮은 전고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숄더 라인도 전체적으로 낮은 편이고,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시트의 높이도 상당히 낮게 위치되어 있다. 측면은 유려한 루프가 단번에 시선을 집중시키지만 재규어 레터링을 새긴 프론트 펜더 가니시를 제외하면 측면의 디자인은 다소 단순하게 느껴진다. 대신 휠베이스가 긴 만큼 시각적인 안정감은 상당히 우수했다.

살짝 긴장되어 있는 전면 디자인에 비해 차분하고 여유롭게 느껴지는 후면 디자인은 자칫 XE를 온순한 컴포트 세단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독특한 디테일이 돋보이는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가 차체 실루엣에 따라 완만하게 처리되고, 차체 하단부 역시 곡선으로 마무리된 영향으로 이해된다. XE는 전체적으로 스포티하기 보다는 ‘우아하고 여유로운’ 프리미엄 세단의 모습이라 할 수 있겠다.

고급스러운 감각, 하지만 아쉬운 공간

실내 공간을 살펴보면 재규어가 포문을 연 ‘랩어라운드’ 디자인을 확인할 수 있다. 고급스러운 요트에서 착안한 랩어라운드 디자인은 재규어의 다른 차량에서도 이미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한다. 인상적인 점이 있다면 대시보드의 높이가 무척 낮은 것인데 이는 전고가 낮아 일반적인 대시보드의 높이라면 시야를 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시보드 보다 보닛 파워돔이 더 높게 솟아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다만 XE는 재규어 브랜드의 엔트리 모델답게 전체적인 구성이 무척 간결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보통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대시보드를 레이어드 타입으로 구성하는 편인데 XE는 간결하게 구성했다. 대신 손이 닿는 부분은 인조가죽을 쓰는 경우가 있더라도 그 표면처리가 무척 우수해 고급스러운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재규어의 스티어링 휠 디자인에 큰 감흥은 없지만 3-스포크 스타일로 깔끔하게 마무리 된 모습은 마음에 드는 편이다. 스티어링 휠의 크기나 림의 두께, 그리고 그립감 등이 전반적으로 우수하고 만족스러운 편이라 주행 중에도 군더더기 없이 조작할 수 있다. 다만 스포크의 버튼 구성에 있어서 막상 사용하는 버튼의 크기가 작아 ‘버려지는 공간’이 많은 점은 아쉬웠다.

계기판은 과하지 않아서 좋다. 두 개의 원형 클러스터가 중심을 잡고 가운데 디스플레이를 배치해 필요한 정보를 직관적으로 전달한다. 하지만 근래에 나온 경쟁 모델과 비교하자면 화려한 멋이나 시각적인 임팩트는 부족한 편이다. 특히 제공 되는 정보가 다소 제한적이고 한 번에 전달되는 정보의 내용도 적다. 그리고 연비의 경우에는 유럽 방식인 L/km로 표시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실내 공간은 1열과 2열의 평가가 다소 갈린다. 1열 공간의 경우에는 드라이빙 포지션이 정말 이상적이다. 경쟁 모델 중에서는 ATS와 함께 최고의 시트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특히 허리와 엉덩이를 동시에 감싸는 느낌과 허벅지 부분의 시트가 펴지면서 늘어나는 건 정말 만족스럽다. 전고가 낮아 헤드 룸이 부족할까 싶었지만 시트 포지션이 다소 낮고 스티어링 휠이 살짝 서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느낌은 만족스럽다.

다만 2열 공간은 협소하다. ATS도 마찬가지였지만 2열 공간을 확보하는 것은 독일 3사를 따라갈 수 없는 듯 하다. 물론 성인 남성도 앉을 수 있는 공간 자체는 확보했지만 승하차시 머리를 숙이고 타야하는 새로운 습관을 들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단 승차하고난 뒤에는 헤드룸에 특별히 좁다는 느낌은 없다. 다만 레그룸이 넉넉하지 않기 때문에 장시간 주행을 한다면 다소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2열 공간을 보고 있자면 2,830mm의 긴 휠베이스가 무색해진다.

트렁크 공간은 455L로 적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트렁크의 형태가 큰 짐을 적재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우선 트렁크 게이트의 크기도 작고, 실내 공간 역시 가로 폭이 길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실제로 골프백을 가로로 가지런히 적재하는 게 힘들다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라 구매를 생각하는 고객이 있다면 꼭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단언할 수 있는 파워트레인

재규어 XE의 가장 큰 강점이라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파워트레인의 조합이다. 시승 차량에 적용된 인제니움 엔진은 재규어 랜드로버 최초의 자체 제작 엔진으로 최고 출력 180마력, 최대 토크 43.9kg.m의 인제니움 디젤 엔진은 동급의 디젤 엔진과 비교 했을 때에도 수치적 우위를 점하며 ZF 사에서 공급하는 8단 자동 변속기와 호흡을 맞춘다. 공인 연비는 14.5km/L(도심 12.6km/L 고속 17.6km/L)를 달성했다.

재규어의 감각을 품고, 역동성을 취한 디젤 세단

재규어 XE의 시트에 몸을 맡기면 곧바로 낮은 시트 포지션이 전해진다. 세단이라고는 하지만 스포츠카 브랜드 ‘재규어’의 산물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시트를 조절하고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자 미세한 진동과 엔진음이 들려오지만 디젤 세단으로서는 무척 고요한 모습이다. 프리미엄 디젤 세단에 어울리는 격을 느낄 수 있었다. 참고로 ISG의 개입 시에도 진동과 소음이 짧게 느껴져 만족감이 상당히 좋았다.

낮은 전고, 두터운 A필러로 인해 운전 시야가 가릴 것 같았지만 대시보드의 높이가 낮고, A필러를 살짝 비틀어 놓은 덕분에 전방 시야는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원형의 다이얼을 돌려 기어를 선택하는 방식은 기존의 J게이트가 재규어임을 특징했던 것처럼 이제는 다이얼을 통해 시대를 앞서가는 재규어를 떠올리게 하며 ‘고급스러운 존재’를 표현하기엔 썩 괜찮은 아이템이라 생각되었다.

기어를 바꾸고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는 순간 BMW 320d를 비롯한 ‘콤팩트 프리미엄 디젤 세단’이라 할 수 있는 경쟁 모델들이 떠올랐다. ‘다른 차량들은 재규어 XE처럼 만들지 못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XE를 처음 경험하는 운전자는 꽤나 묵직하다고 느낄 가속력이지만 이는 재규어 특유의 점진적인 셋업일 뿐이지, 막상 계기판의 속도계는 빠르게 움직였다.

특히 엔진의 매끄러운 반응과 넉넉한 출력은 경쟁사들의 4기통 디젤 엔진 중 그 어떤 엔진과도 경쟁하여 압승을 거둘 수 있는 느낌이다. 단순히 출력만이 아니라 운전자가 느끼는 완성도 부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게다가 드라이빙 모드를 스포츠, 레이스 등으로 바꾸면 엑셀레이터의 반응은 감히 가솔린 스포츠 세단의 수준에 버금가게 된다.

한번 가속하기 시작한 XE는 180마력과 43.9kg.m의 토크 그리고 8단 변속기의 매끄럽고 기민한 움직임과 함께 경쾌함을 자아낸다. 단순히 기계적인 완성도 만이 아니라 킥 다운이나 쉬프트 다운 시에도 동력이 전달되는 느낌을 ‘완성도 높은 감성’으로 풀어내며 운전자의 입가에 미소가 머물게 만든다. 게다가 넉넉한 토크는 불필요한 변속 없이 어떤 상황에서도 점진적이고 꾸준한 가속감을 느끼게 한다.

XE에 대한 찬사는 그저 엔진과 변속기에 그치지 않는다. 스포츠카 브랜드의 존재감을 과시하듯 조향에 따른 반응이나 조향 시 전해지는 피드백은 ‘디젤 세단으로서 가능한 영역인가?’라고 스스로에게 되물을 정도다. 덕분에 XE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생기 넘치고 완벽에 가까운 움직임을 선사하며 즐거운 드라이빙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는 우수한 바디가 이끈 다양한 강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캐딜락 ATS 역시 막강한 바디를 기반으로 다양한 강점을 이끌어 냈던 것처럼 재규어 XE 역시 알루미늄 인텐시브 바디를 채용해서 다양한 강점을 누리고 있다. 알루미늄 인텐시브 바디는 캐딜락 ATS을 긴장시킬 수준의 뛰어난 강성은 물론 경량화에도 큰 효과를 더하며 차량의 무게 배분을 더욱 이상적으로 개선시켰다. 덕분에 XE는 전륜에 불필요한 무게감이 줄어들면서 차량의 전반적인 움직임이 더욱 완성도 높고 경쾌함을 담아낼 수 있었다.

점진적인 발진처럼 제동 역시 리니어하면서도 정교함이 돋보인다. 출력을 압도하는 수준의 막강한 제동력은 아니지만 스포츠 드라이빙 시에도 문제 없을 수준의 제동력은 물론 꾸준하게 제동력을 유지할 수 있는 내구성도 갖춰 운전자 입장에서는 무척 만족스러웠다. 게다가 더블 위시본과 인테그랄 링크 서스펜션을 활용한 만큼 승차감은 물론 스포츠 드라이빙에서도 흔들림 없는 모습이 이어졌다.

시승을 하면서 우수한 하세 셋업으로 인해 전체적으로 스포츠 세단의 감각에 빠져있었지만 또 막상 XE 자체가 재규어 고유의 안락함도 잊지 않은 만큼 차량에 적용된 메르디안 사운드 시스템을 곧잘 청취하게 됐는데 보스(BOSE)의 파워풀함이나 B&O의 탁월한 공간감과 달리 전체적으로 고급스러운 감성을 강조하는 음장 효과가 돋보여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듣기 적합해 보였다.

한편 시승을 하며 서울-부산을 왕복하는 일정이 있었는데 1,000km에 이르는 주행 거리 동안 단 한 번도 엔진에 대한 불만도 없었고, 게다가 효율성까지 뛰어났다. 도심과 정체 도로 그리고 고속도로 등 다양한 주행 환경에서 주행을 하면서 약 1,000km 주행 가량 주행을 하고 난 후에 계기판을 확인해보니 평균 20.8km/L(4.8L/100km)의 연비를 확인할 수 있었다. 별달리 연비에 신경을 쓴 적이 없었음에도 무척 뛰어난 결과라 무척 놀라웠다.

좋은 점

ATS와 쌍벽을 이루는 완성도 높은 바디, 동급 최고 수준의 파워트레인 구성이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그릇에서 완벽한 조화를 이뤄냈다. 프리미엄 디젤 세단 중 가장 경쟁력 있는 디젤 세단이라고 말할 수 있는 차량이다.

안좋은 점

2열 공간이 다소 협소하다는 점은 분명 아쉬운 요소다. 그리고 재규어 XE 만의 감각적인 포인트가 없다는 점 역시 아쉽게 느껴진다.

새로운 시대를 여는 재규어의 포트폴리오

재규어 XE는 프리미엄 콤팩트 시장에 대한 도전을 알리는 재규어의 선봉장으로 뛰어난 경쟁력과 상품성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국내 시장이 비록 독일 3사가 주도하는 시장이라고는 하지만 재규어 XE는 감히 시장의 많은 사랑을 받기 충분한 존재감과 상품성을 가지고 있었다. 프리미엄 콤팩트라는 처음 시도해보는 분야의 산물인 XE이지만 이 XE는 재규어에게 있어 정말 성공적인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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