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워크아웃에 돌입한 태영건설이 운영자금을 잇달아 확충하고 있다. 태영그룹 지주회사인 티와이홀딩스는 자구 계획 일환으로 블루원 골프장 두 곳의 자산을 유동화해 1400억원을 마련했다고 23일 밝혔다.
| 지난달 23일 태영건설의 작업자 임금체불 문제로 골조 공정이 중단된 서울 중랑구 상봉동 청년주택 개발사업 건설 현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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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화 대상은 블루원 용인CC와 상주CC 등이다. 중견 건설업체 H사가 3년 만기의 세일앤리스백(매각 후 재임차) 조건으로 투자했다. 이를 통해 티와이홀딩스는 총 2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이 중 용인CC 대출금 600억원을 상환한 1400억원이 태영건설 운영자금으로 쓰인다..
세일앤리스백 방식은 단기간에 현금을 조달할 수 있어, 조건 협상 등으로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매각(진성 매각) 대신 흔히 사용된다. 이와 함께 골프장 홀당 가격이 크게 하락하는 등 매각 여건이 좋지 않은 환경을 고려했다고 태영 측은 설명했다.
티와이홀딩스는 “지난달부터 마크자산운용과 자산유동화를 추진했지만, 다수의 펀드 투자자를 모집해 약정하는데 시간이 지체됐다”며 “이런 가운데 다른 투자자들이 나타났고, H사와 협의가 가장 빨리 진행됐다”고 말했다. H사와는 자산유동화 참여 의향 접수부터 계약 후 대금 지급까지 불과 열흘이 소요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조달한 자금은 협력업체 공사대금 등 태영건설 운영자금이 부족할 경우 지원될 예정이다. 4~5월 기업개선계획 수립과 이행약정 체결 전까지는 태영건설이 협력업체 공사대금 등 운영자금을 자체 해결해야 하는데, 발주처 미수금 등으로 자칫 운영자금이 모자랄 수 있어서다.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태영건설 채권단도 한도대(마이너스통장) 방식의 4000억원 대출 약정을 진행키로 했다. 이날 채권자협의회 서면 회의에서 오후 6시 기준 가결 요건을 충족한 결과다. 태영건설은 건설공제조합 신규 보증 4000억원 지원도 추진 중이다.
티와이홀딩스는 이번 유동성 확보로 추후 워크아웃 본격 개시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블루원 자산유동화와 에코비트 매각 등 당초 약속한 자구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채권단도 신뢰를 바탕으로 워크아웃을 위한 역할 분담에 적극 동참할 것으로 봤다.
한편, 티와이홀딩스와 태영건설이 경주 지역에 각각 소유하고 있는 블루원 디아너스CC와 루나엑스골프장도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이다. 두 골프장 각각 6~7곳의 인수 희망 업체가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퍼블릭 골프장인 루나엑스골프장은 6홀 4개 코스로 구성된 신개념 골프장으로, 회원권 반환 부담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