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인도 재벌 아다니그룹이 올해 순익 증가율 목표를 절반으로 줄였다. 투자 축소도 검토 중이다. 미국계 공매도 회사 힌덴버그리서치가 주가 조작·회계 부정 의혹을 제기하면서 회사가 휘청이고 있기 때문이다.
| 가우탐 아다니 아다니그룹 회장.(사진=AFP) |
|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아다니그룹이 그룹 수익 목표를 전년 대비 15~20% 증가로 하향하고 있는 걸 검토 중이라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애초 지난해보다 수익을 40% 늘리는 걸 목표로 했던 것과 비교하면 목표치를 절반으로 줄인 셈이다. 블룸버그는 아다니그룹이 신규 투자도 축소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처럼 아다니그룹이 긴축 경영에 나선 것은 지난달 24일 힌덴버그가 공매도 보고서를 공개한 후 재무 건전성에 대해 의심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힌덴버그는 보고서에서 상장사 부채가 지나치게 많다며 향후 주가가 85% 하락할 것이라고 저격했다. 아다니 회장 일가가 모리셔스, 키프로스 등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회사 자금을 빼돌렸다고도 했다.
힌덴버그 보고서 공개 이후 아다니그룹 상장사 시가총액은 1200억달러(약 153조원) 넘게 하락했다. 핵심 계열사 아다니엔터프라이즈는 인도 역사상 최대 규모(25억달러·약 3조735억원)였던 유상증자도 철회해야 했다. 모간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는 다음 달부터 MSCI 신흥시장지수에서 아다니그룹 계열사 비중을 축소하기로 했다.
이런 흐름이 이어지자 아다니그룹은 시장 의구심을 잠재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아다니그룹은 올해 500억루피(약 7720억원)을 조기 상환하겠다고 지난주 밝혔다. 또한 외국계 대형 회계법인에 일반감사를 받겠다고도 했다. 올해 경영 목표 하향과 투자 보류도 이런 시장 상황을 반영한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아다니그룹의 투자 축소가 인도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바클레이스는 지난 10일 낸 보고서에서 “이 상황이 파국적으로 흘러가거나 아다니그룹 투자가 급격히 줄어든다면 인도의 설비투자 사이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이날 아다니그룹의 투자 축소 움직임이 보도되자 주요 상장사 주가는 하한가 가까이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