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의 아버지’ 앨런 스콧 별세…“치명적인 독을 의학용으로”

美 의학자 앨런 스콧 89세 나이로 별세…패혈증 합병증
사시 등 치료 목적으로 개발 시작…지원 없이 고군분투
1991년 제약회사에 제조권 넘겨…"의학적 결과에 만족"
  • 등록 2022-01-13 오후 3:24:39

    수정 2022-01-13 오후 10:00:02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청산가리보다 100배나 더 치명적인 신경독이며, 2차 세계대전 기간에는 생화학무기로 개발하려고 했던 물질. 무시무시하게 들리지만 미용 성형에 널리 사용되는 ‘보톡스’의 원료인 보툴리눔 독소에 대한 설명이다.

피해야 할 독소로 여겨졌던 보툴리눔의 의학적 가능성에 주목하고 그 개발에 성공한 ‘보톡스의 아버지’ 앨런 스콧 박사가 향년 8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보톡스의 아버지라고 불린 앨런 스콧 박사. (사진= The Smith-Kettlewell Eye Research Institute)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스콧 박사가 지난달 16일 캘리포니아주(州) 그린브래의 병원에서 패혈증 합병증으로 숨졌다고 전했다.

안과 전문의인 스콧 박사는 보툴리눔 독소가 사시 치료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보고 연구에 천착했다. 1978년 망막박리 수술 후 사시가 된 환자의 눈 주변 근육에 처음으로 보툴리눔 독소를 주사해 치료에 성공했다. 당시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나와 환자 중에 누가 더 긴장했는지 모를 정도였다”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후 그는 보툴리눔 독소를 바탕으로 치료 목적으로 사용할 방법을 본격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보툴리눔으로 환자들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편두통과 같은 다른 질환뿐 아니라 한시적이지만 주름을 펴주는 미용 효과가 있다는 것도 발견했다.

하지만 이 과정은 수십 년이 걸렸으며, 제약사의 지원을 받지 못해 의사들에게 소액 기부를 받거나 자택을 담보로 자금을 마련하기도 했다. 스콧 박사는 결국 198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지만, 약물 제조는 뜻이 없었던 그는 1991년 제조권을 미국의 제약사 알레그랜에 매각했다. 구체적인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제조권을 사들인 알레그랜은 스콧 박사가 개발할 당시 ‘오큘리넘’이라는 이름이었던 이 약품의 상표명을 보톡스로 바꿨다. 2020년 알레그랜을 인수한 애브비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보톡스의 전 세계 매출은 33억달러(약 3조 9000억원)에 달한다.

가히 ‘황금알을 낳는 오리’라고 할 만하지만 스콧 박사는 보톡스의 제조권을 매각한 것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생전 인터뷰에서 “집을 사고, 아이들을 교육시켰다”며 “매우 훌륭한 의학적 결과를 보는 것에 만족한다. 어차피 돈을 쓰는 것에 능숙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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