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여름이면 많은 사람들이 어디선가 나타나는 모기 덕에 밤잠을 설친다. 올해 여름은 유난히 덥고 비가 덜 내렸던 탓에 모기가 줄어드나 싶더니만 얼마 전부터 내리는 강우성호우로 인해 모기가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 폭염 때는 물이 말라 서식지가 줄어들어 개체수가 감소했다가 비로 인해 물웅덩이가 늘어나자 개체수가 폭증한 것이다.
보통 모기에 물리면 부어오르며 간지러움을 유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모기는 치명적인 질병의 매개체가 될 수도 있기에 조심해야한다. 지난 6월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전국에 일본뇌염 경보를 내렸는데, 이 일본뇌염은 일본뇌염 바이러스를 옮기는 ‘작은빨간집모기’에 물리면 발생한다. 해마다 이 작은빨간집모기가 처음 발견되면 ‘주의보’가, 채집된 모기에서 일본뇌염 바이러스가 분리되거나 일본뇌염 환자가 발생하면 ‘경보’가 각각 발령된다.
일본뇌염은 동물과 사람 공통 감염병으로 일본 뇌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돼지를 작은빨간집모기가 흡혈한 후 사람을 물었을 때 사람에게 전파되는 전염병으로, 주로 모기의 활동이 왕성한 여름부터 가을(8~11월)에 발생한다.
모든 작은빨간집모기가 일본뇌염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며, 이 바이러스를 가진 모기에 물리더라도 99% 이상은 증상이 없거나 열을 동반하는 가벼운 증상을 보인다. 그런데 보건당국이 일본뇌염 주의보나 경보를 발령하면서까지 모기에 물리지 말 것을 당부하는 건 치명적인 급성 뇌염으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250명중에 1명 꼴로 심한 증상을 보여 급성 뇌염, 수막염 등으로 이환될 수 있는데, 뇌염으로 진행되었을 때는 고열과 함께 경련·혼수 등의 증상이 나타나서 사망률이 30%에 다다른다. 더구나 특별한 치료방법이 없고 보존적인 치료법만 있으므로 적극적인 예방이 필요한 무서운 병이다. 게다가 일본뇌염으로 진료 받은 인원이 최근 늘고 있다는 점도 일본뇌염을 가볍게 볼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 7월 경기도에서 작은빨간집모기가 발견된 후, 전국적으로 작은빨간집모기가 발견되고 있으며, 그 개체수가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작은빨간집모기가 이 시기에 발견된 것은 예년보다 2주 정도 빠르다고 하니, 그만큼 주의해야할 필요가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감염내과 김선빈 교수는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 가장 좋지만, 만약 모기에 물리고 39도 이상의 고열이 발생하거나 경련?혼수 등의 신경학적 증세가 나타난다면 당장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지카바이러스를 가진 흰줄숲모기는 아직 국내에서 발견되지 않았고, 흰줄숲모기는 우리나라 전체 모기 개체수의 3~4%에 지나지 않지만 잠재적으로 전염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으며,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 유병률이 높은 남미, 동남아시아 국가 등을 방문했다면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모기를 예방하는 방법으로는 모기를 잡는 것보다 모기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 중요하다. 모기는 2㎜의 작은 구멍으로도 들어올 수 있는데, 가정에서의 모기를 예방하는 방법으로는 방충망 정비는 기본이며 창틀 가장자리 물구멍도 꼭 잘 막아줘야 한다. 또 아파트의 경우에 간과하기 쉬운 곳이 베란다 배수관인데 아파트에서 가장 모기가 잘 들어오는 곳이 베란다 배수관이라고 하니, 거름망 등으로 꼭 잘 막고, 화장실 하수관도 잘 챙겨야 한다.
김선빈 교수는 “지카바이러스 감염증 유병률이 높은 남미, 동남아시아 국가 등을 방문할 예정이라면 숲모기가 지카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주요 매개체이므로, 숲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집트숲모기와 흰줄숲모기는 낮에 활동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지카바이러스 감염증 발생국을 여행할 때에는 야외 활동, 특히 숲에서는 밝은 색 긴 상하의 착용을 권장하며,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가급적 맨살을 드러내지 않아야 하고, 곤충기피제를 수시로 뿌리며 잠을 잘 때는 모기장을 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