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특검 도입 조건부 수용.."여야 합의하면 존중"

  • 등록 2013-11-18 오후 5:29:42

    수정 2013-11-18 오후 5:29:42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18일 야당이 요구하는 국가기관 대선개입 특검 및 국가정보원 개혁 특위 요구에 대해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서며 조건부 수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야당이 ‘유감 표명도 없이 책임을 전가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향후 정국 경색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회 시정연설에서 두 사안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야당이 제기하고 있는 여러 문제를 포함해 무엇이든 국회에서 여야가 충분히 논의해서 합의점을 찾아주신다면 존중하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국회에서 여야 간에 합의해주신다면 국민의 뜻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대선 개입 의혹을 둘러싼 논란과 특검 도입 문제가 ‘국회의 일’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힘으로써 사실상 국회에 공을 넘긴 셈이다. 다만 야당의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하거나 특검 자체에 부정적 견해를 드러낸 것은 아니란 점에서 당초 관측보다 한 발 나아갔다는 평가다. 국정원 개혁특위 신설 요구에 대해서도 국정원이 자체 개혁안을 제출하면 국회가 심의해달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중요한 내년도 예산안과 경제 관련 법안 통과를 위해선 박 대통령이 야당에 일정부분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박 대통령이 “지금 세계는 서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경쟁을 치열하게 하고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도 많지 않다. 지금 우리도 다시 출발점에서 새롭게 시작해야 할 때”라고 언급한 것은 이러한 절박함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 “정부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사안들에 대해 이른 시일 내에 국민 앞에 진상을 명확하게 밝히고 사법부의 판단이 나오는대로 책임을 물을 일이 있다면 반드시 응분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제는 대립과 갈등을 끝내고 정부의 의지와 사법부의 판단을 믿고 기다려 줄 것을 호소한다”며 검찰과 법원의 처리를 지켜보자는 기존의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아울러 야당과의 ‘소통 부재’ 지적을 염두에 둔 듯 “국회를 존중하기 위해 앞으로 매년 정기국회 때마다 직접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하며 의원여러분들의 협조를 구하는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들어가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미국 대통령의 연례 신년연설(The State of the Union)처럼 한국 정치에서도 대통령이 국회를 정례적으로 방문해 국정 비전을 설명하고 의회의 협조를 요청하는 관행이 정착될 가능성을 예고한 것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시정연설을 직접 하겠다는 것은 박 대통령의 대선 캠페인 당시 약속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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