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 만에…‘충주 국민보도연맹’ 민간인 희생자 유해 발굴 착수

한국전쟁 당시 충주경찰서 구금된 예비검속자
군·경에 이송돼 호암동 싸리고개서 집단 사살
추정 유해 50여구…대부분 당시 20~30대 농민
진실화해위, 이달 희생자 유해 발굴 완료 예정
  • 등록 2023-04-11 오후 2:00:00

    수정 2023-04-11 오후 2:00:00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6·25 한국전쟁 당시 군 헌병대와 경찰에 구금돼 학살당한 ‘충주 국민보도연맹 사건’ 희생자 유해 발굴이 37년 만에 이뤄진다.
충북 충주시 호암동 싸리재(싸리고개) 일다 ‘충주 국민보도연맹 사건’ 유해 발굴지.(사진=진실화해위원회)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11일 충북 충주시 호암동 싸리재(싸리고개)에서 ‘충주 국민보도연맹 사건 유해발굴 개토제’를 열고 73년 만에 첫 유해 발굴에 나선다고 밝혔다.

싸리고개는 6·25 한국전쟁 당시 계곡이었던 곳으로, 1950년 7월경 충주경찰서 유치장에 구금된 보도연맹원 예비검속자들이 트럭에 실려 이송돼 사살된 곳이다. 추정 유해는 50여구로 당시 희생자 대부분 20~30대 농민으로 추정되고 있다.

진실화해위는 약 4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이달 중 충주 국민보도연맹 사건 희생자 유해 발굴을 완료할 계획이다. 유해 발굴은 재단법인 한국선사문화연구원이 진행한다.

앞서 1기 진실화해위가 발표한 ‘충북 국민보도연맹 사건 조사결과 보고서(2009)’에 따르면, 충주 보도연맹원 등 예비검속자들은 1950년 7월 3~5일 육군 6사단 7연대 헌병과 충주경찰서 소속 경찰에게 연행되거나 소집돼 유치장에 구금된 후 이곳 충주시 호암동 싸리고개에서 사살됐다.

싸리고개 앞 마을에서 나고 자란 당시 14세였던 한 참고인은 전쟁 직후 어느 날 트럭에서 50~60여명 사람들이 내려 산으로 올라가는 광경을 집 마당에서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트럭에서 내린 사람들은 포승줄로 묶여 있지 않았고 일상복 차림이었으며, 이후 여러 명이 한 발씩 총을 쏘며 난사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진술하면서 희생 장소를 확인했다.

또 당시 16세였던 다른 참고인은 면사무소에서 국민보도연맹 가입자들에게 쌀 2되를 지참해 소집하라고 지시하고 이튿날 트럭에 태워 ‘용산’(현 건국대 충주캠퍼스 근처)으로 불리는 곳 일대 사과밭으로 끌고 가 사살했다고 증언했다. 실제 앞서 건국대 충주캠퍼스 실습농장 건축 시 유해가 발굴되기도 했다.

이날 개토제는 싸리고개 일대에서 사망한 민간인 희생자들 영령을 위로하고 유해 발굴 사업의 안전을 기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김광동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유해 발굴 행사에 참석해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김 위원장은 추도사를 통해 “이번 유해 발굴 지역은 충주 일대 예비검속된 민간인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라며 “유해 발굴을 통해 진실 규명과 명예회복은 물론, 국가가 국민 희생에 책임을 다하는 모습으로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진실화해위는 실효성 있는 유해 발굴과 위원회 활동 종료 이후에도 유해 발굴 사업이 지속되도록 법·제도적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7월 ‘유해매장 추정지 실태조사 및 유해발굴 중장기 로드맵 수립 최종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를 근거로 전국 6개 지역 7개소를 선정해 유해 발굴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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