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새해가 되면 가족의 건강과 화목, 자녀 교육, 결혼, 직장 등 소원을 빌고 목표를 세우게 된다. 체중 관리, 금주나 절주, 연애, 사업, 대인관계 등 개인에 따라 목표는 제각각이다. 물론 흡연자라면 작심삼일이 될지언정 금연 역시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다. 금연 계획을 세우고 금연클리닉을 찾거나 지인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한다.
서민석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금연이 좋은 이유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금연 자체만으로도 건강한 삶을 위한 가장 훌륭한 치료가 된다는 점에 있다”고 말했다.
◇암 사망 3분의 1은 흡연이 원인… 코로나19 감염에도 취약
흡연은 누구나 알고 있듯 다양한 질환의 원인이 된다. 모든 암 사망의 약 1/3을 차지하는 것은 물론 심뇌혈관 질환, 만성 폐질환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2014년 보고에 따르면 황반변성과 같은 안과 질환, 당뇨, 결핵, 자궁 외 임신, 발기부전, 류마티스관절염, 면역 기능 저하에도 영향을 준다.
실제 국내의 경우 흡연의 전체 사망에 대한 기여위험도는 남성 34.7%, 여성 7.2%로 전해진다. 암에 대한 기여위험도는 남성 41.1%, 여성 5.1%다. 기여위험도란 전체 인구집단에서 발생한 특정 질병 중 특정 요인이 작용해 발생했다고 간주되는 비율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 전체 사망 가운데 흡연의 기여위험도가 34.7%라는 의미는 흡연 요인을 제거하면 전체 사망의 34.7%를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과 관련해 담배의 니코틴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하기 위해 필요한 ACE2 수용체를 증가시켜 감염의 위험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중증으로 진행할 확률을 14.3배 높인다는 보고도 있다.
긍정적인 효과는 이후에도 이어진다. 1년이 지나면 심장혈관 질환의 위험성이 흡연자의 절반으로 줄어들고, 뇌졸중 위험은 2~5년 후 비흡연자 수준으로 감소한다. 또 5년 후에는 구강, 인후, 식도, 방광암 위험은 절반으로, 자궁암은 비흡연자 수준으로 낮아진다. 금연 10년 후에는 폐암으로 사망할 확률이 절반으로 떨어지고 인두암과 췌장암의 위험이 감소한다. 15년이 지난 후에는 관상동맥질환의 위험이 비흡연자 수준으로 감소한다.
서민석 교수는 “간혹 암 치료 중에도 흡연을 계속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게 되면 수술 이후 무기폐, 폐렴 등 합병증 위험이 증가하고, 항암이나 방사선 치료를 받을 때 치료 효과가 감소하거나 부작용 발생의 위험이 증가한다”며 “반대로 암 치료를 시작하면서 금연을 하게 되면 치료 효과와 생존율은 높이고 치료 부작용, 재발이나 전이, 이차암의 발생위험은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연간 60만명 간접흡연으로 사망… 30세 금연 시 수명 10년 연장
간접흡연은 자녀나 가족에게도 악영향을 끼친다. 간접흡연이 직접흡연 못지않게 해가 되는 건 양보다 질 때문이다. 흡연자가 마시는 연기는 필터를 통해 들어가지만 불 끝에서 나는 것은 바로 타오른다. 간접흡연을 하게 되는 건 생연기다. 당연한 얘기지만 독성물질 함유량을 보면 생연기가 필터를 통해 들어가는 연기보다 독하다. 간접흡연이 양은 적더라도 건강에는 더 안 좋은 이유다. 외부에서 흡연하고 실내에 들어왔을 때도 몸이나 머리카락 등에 유해성이 남기 때문에 가족에게 독성물질을 전달될 수 있다.
담배 끊기를 망설이는 사람 중 일부는 체중 증가를 한 이유로 꼽는다. 실제 담배를 끊으면 평소와 같은 식습관과 생활방식을 유지하더라도 2~3㎏가량 체중이 늘어난다. 또 담배 대신 주전부리에 손이 가면서 평소보다 많이 먹게 된다. 따라서 금연과 함께 식사 조절과 운동이 필요하다. 또 금연을 할 때 금연 약물치료를 받는 경우 체중 증가 억제에 도움이 되는 만큼 금연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금연이 어려운 것은 주로 금단증상 때문이다. 니코틴은 헤로인, 코카인과 같은 마약만큼 중독성이 강하다. 실제 의지로만 금연하는 경우 6개월 이상 금연 성공률이 3.7%밖에 되지 않는다. 그나마 약물치료를 동시에 했을 때 17~25%의 금연 성공률을 보인다.
금연의 성공 여부는 결국 본인의 강한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7일에서 15일 전부터 금연을 준비하고 단숨에 끊는 게 좋다. 흡연량을 점점 줄여가는 방법은 금연 성공률이 낮다. 술을 마신 후에는 흡연 욕구가 더 강해지는 만큼 술자리도 과감히 줄여야 한다.
서민석 교수는 “30세에 금연을 시도하면 흡연과 관련된 사망 위험을 거의 피할 수 있고 생명이 10년 연장된다. 또 40세는 9년, 50세는 6년, 60세는 3년 생존 기간을 증가시킬 수 있다”며 “담배를 끊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바로 금연클리닉을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