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경궁김씨’ 논란마다 김혜경 띄우는 이재명..왜?

SNS·보도자료로 김 여사 활동내용 홍보
"네거티브"로 규정..공식입장 없이 간접대응
'싸움닭' 벗어나 포용의 정치인 이미지 구축
反이재명·한국당 공세에 직접 대응 불가피할듯
  • 등록 2018-05-10 오전 11:53:43

    수정 2018-05-10 오후 1:06:48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후보가 지난달 30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자유의 다리를 둘러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조진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후보인 이재명 전 성남시장이 다시 불거진 ‘혜경궁김씨’ 논란에 부인인 김혜경씨의 영상으로 맞대응 했다. 이재명 캠프 측은 ‘혜경궁김씨’ 논란이 있을 때마다 정면대응 대신 김혜경씨를 띄우며 우회 대응을 하고 있다. 공식대응은 자제하면서도 온라인 여론전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혜경궁김씨 누구냐” 묻자 “김혜경은 이런사람”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후보인 이재명 전 성남시장이 트위터에 올린 ‘김혜경은 누구입니까?’ 영상(사진=이 전 시장 트위터 캡쳐)
지난 9일 민주당 지지성향으로 분류되는 온라인 커뮤니티 레몬테라스 회원 1800여명은 경향신문 1면에 “혜경궁김씨는 누구입니까?”라는 광고를 게재하며 잠잠했던 ‘혜경궁김씨’ 논란에 불을 지폈다. ‘혜경궁김씨’란 ‘08__hkkim’의 트위터 계정 주인을 이르는 말이다. 이 계정은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전해철 의원을 비방한데다 과거 문재인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세월호에 대한 비하발언을 쏟아낸 점이 알려지며 논란이 됐다. 특히 계정의 주인이 김혜경씨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 전 시장은 이날 오후 자신의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김혜경은 누구입니까’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올려 답변을 대신했다. 이 전 시장 지지자가 만든 1분 43초짜리 영상에는 김 여사가 세월호 자원봉사 활동, 5·18 기념행사 등에 참여한 사진 등 담겼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 대선후보시절 김 여사의 지지연설도 포함됐다.

‘세월호 자원봉사에 참여하고 문 대통령 지지발언을 한 김 여사가 어떻게 비방을 쏟아낸 혜경궁김씨와 같은 사람일 수 있겠냐’는 논리다. 이 전 시장측은 “지지자가 보내온 영상을 캠프차원에서 SNS에 올렸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후보인 이재명 전 성남시장측이 지난달 9일 내놓은 보도자료
이 전 시장측이 ‘혜경궁김씨’ 논란에 대해 이같이 대응한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8일에는 당내 경쟁자인 전해철 의원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08__hkkim’ 계정을 고발하자 이재명캠프는 다음날인 9일 <‘꿋꿋한 혜경씨’의 선거 내조 비결은 ‘슬립온’?>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이 보도자료에는 김 여사가 단화를 신고 유권자들과 적극적으로 스킨십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최근 불거진 트위터의 ‘혜경궁 김씨’ 논란에 마음고생도 했지만 현장에서 시민들을 만날 때면 늘 밝은 표정을 잃지 않는다’는 문장이 포함됐다.

이러한 기조는 신문 광고 대응 과정에서도 나타났다. 이 전 시장측은 “일주일 전쯤 선관위에 낙선을 위한 선거운동이 이뤄지지 않도록 해달라고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도 “경기도 선관위에서 (해당 광고의) 선거법 위반 소지를 검토했다”고 전했다. 광고 개제를 추진한 커뮤니티 회원들은 ‘08__hkkim’의 트위터 내용을 포함시킬 계획이었으나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어 관련내용을 제외했다.

직접대응을 자제하는 이유에 대해 이 전 시장측은 “사실관계가 맞지 않는데다 성남시장 재임시절 개혁을 추진하면서 굳어진 싸움닭 이미지를 벗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경기지사는 많은 갈등을 조정해야하는 위치인만큼 온건한 이미지를 구축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당내외 공세·경찰수사..직접대응 나설까

9일 오후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자유한국당 경기도당 필승 결의대회’에서 홍준표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이같은 우회대응 기조는 계속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당내 반(反)이재명 세력과 자유한국당의 검증공세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경찰 수사가 진행중인 상황도 넘어야 할 산이다.

일단 일간지 1면 광고를 낸 민주당 지지자들이 2차 광고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초반 모금한 3200여만원 중 절반 이상이 남아있는 상태다. 문제를 제기하는 민주당 지지자들은 지난 5일부터 매주 토요일 ‘혜경궁김씨 수사촉구 집회’를 열고 관련자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관련 트위터와 제보를 모은 ‘혜경궁닷컴’이라는 사이트가 운영되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도 이 전 시장을 겨냥해 “(남경필 지사의) 상대후보는 막말이 아니라 쌍욕하는 사람”이라며 “형수한테 무슨말 했는지 유세차에 틀어놓으면 경기도민은 절대로 상대후보(이 전 시장)를 찍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선에서 더욱 혹독하게 비판하겠다는 의미다. 이 전 시장측은 이에 대해 “네거티브 선거운동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면서도 “허위사실 유포나 비방이 이뤄질 경우 법적 조치 등 다양한 대응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수사가 계속되고 있는 점도 이 전 시장에게는 다소 부담이다. 지난달 전 의원의 고발 이후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트위터가 ‘08__hkkim’ 계정 이용자에 대한 정보 제공을 거부한 상태지만, 선거기간 중 이 전 시장에게 불리한 수사결과가 나올경우 또다른 대응이 필요하다. 당내에서는 원팀을 선언한 전 의원을 설득해 고발을 취하하도록 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9일 경향신문 1면 하단에 게재된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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