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기·카니, 립서비스 통했다..금융시장 `환호`

ECB-영란은행 회의서 비둘기파 면모 과시
주식-국채가격 동반 상승..유로-파운드화는 약세
  • 등록 2013-07-04 오후 11:07:18

    수정 2013-07-04 오후 11:10:52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유럽경제를 이끌고 있는 두 비둘기파(온건파) 성향의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와 마크 카니 영란은행(BOE) 총재의 립서비스가 제대로 먹혔다. 이들의 부양 발언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급격히 안정되고 있다.

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동시에 통화정책회의를 개최한 영란은행과 ECB는 최근 경제지표 개선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글로벌 악재들을 의식한 듯 강력한 부양 의지를 드러냈다.

마크 카니(왼쪽) 영란은행 총재와 마리오 드라기(오른쪽) ECB 총재
연방준비제도(Fed)의 출구전략 우려에서 시작해 이집트 정정 불안과 포르투갈, 그리스, 이탈리아 등 유로존 재정위기의 재부상 등이 최근 글로벌 시장을 극도의 불안상태로 몰아넣은 바 있다.

그러나 이날 두 총재의 발언에 전날 8% 이상까지 치솟았던 포르투갈의 10년만기 국채금리가 7.41%까지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고 전날 5.2% 폭락했던 대표지수인 PSI20지수도 하루만에 3.6% 급반등하고 있다. 최근 불안한 급등세를 보였던 영국 10년만기 국채금리도 7bp(0.07%포인트) 낮은 2.33%로 안정되고 있다.

독립기념일로 뉴욕증시가 휴장인 가운데서도 FTSE 글로벌주가지수가 0.4% 상승하고 있고, 특히 유럽에서는 FTSE 유로퍼스트300지수가 2% 이상 올랐고 독일과 프랑스, 영국 등 주요국 지수가 2~3%씩 치솟고 있다.

반대로 유로화와 영국 파운드화는 동반 약세를 보이고 있다. 유로화는 달러화대비 하루만에 0.9% 하락하며 1.2893달러를 기록하고 있고, 파운드화도 하루새 1.2% 하락하며 1.5096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역사상 첫 외국인 총재라는 기록을 남긴 마크 카니 총재는 취임 후 첫 주재한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자산매입 규모를 유지하면서도 과거와 달라진 성명서를 통해 기존 통화완화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영란은행은 통화정책 성명서를 통해 “최근 시장금리의 뚜렷한 상승 움직임은 이 전망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최근 국내 경제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이는 향후 영란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을 보장하지 않을 수 있다”며 비둘기파적인 성향을 보여줬다.

이어 다음달 통화정책회의에서는 향후 통화정책 전망을 구체적인 경제 수치에 연동해 제시하는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를 내놓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앨런 클락 스코티아뱅크 이코노미스트는 “다소 비둘기파적인 냄새가 나는 성명서였다”며 “현재 영국 거시경제가 잘 돌아가고 있지만 국채 매도세가 강해지고 있다는 점에 불편해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드라기 총재는 보다 더 노골적이었다.

그는 “ECB 통화정책 스탠스는 필요할 때까지 부양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며 “앞으로 상당기간동안 금리는 현 수준 또는 그보다 낮은 수준에서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앞으로도 근시일 내에 기준금리는 상승보다는 하락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마이너스 예금금리를 포함해 모든 금리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ECB의 출구전략은 아주 먼 미래의 얘기”라고도 말했다. 이와 관련, 드라기 총재는 영란은행과 마찬가지로 조만간 구체적인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비전통적인 부양조치에 대해서도 “ECB는 이미 무제한 국채매입 프로그램(OMT)으로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며 “국채매입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가장 효과적인 위기 대책”이라고 말했다. 또 중소기업 자금조달 지원을 위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통한 지원방안에 대해서도 “현재 자문역과 함께 작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커스 애쉬워스 에스피리토 산토 인베스트먼트뱅크 채권담당 헤드는 “드라기 총재는 아주 성공적으로 시장 불안을 컨트럴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그는 확실히 아주 탁월한 중앙은행 총재”라고 호평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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