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북한이 13일 중거리급 이상의 새로운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면서 10여일 만에 무력 시위에 나섰다. 미사일 제원을 분석 중인 군 당국은 `고체연료`를 사용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가뜩이나 북한이 남북 간 정기 통화에 일주일째 응하지 않는 상황에서 도발을 감행, 한반도 내 긴장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13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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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취재진 공지를 통해 “오전 7시 23분경 평양 인근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미사일은 정상보다 높은 각도로 발사돼 약 1000㎞ 비행 후 동해상에 떨어졌으며, 세부 제원은 한미 정보당국이 종합적으로 정밀 분석 중이다.
통상 사거리 3000~5500㎞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5500㎞ 이상을 ICBM으로 분류하는 만큼 이번 미사일은 IRBM급 이상의 성능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만일 정상 각도(30~45도)로 발사됐을 경우 5000㎞가량 비행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당국은 ICBM급일 가능성을 거론했다.
나아가 군 당국은 이날 발사된 탄도미사일에 고체연료가 처음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날 취재진을 만난 합참 관계자는 탄도미사일에 고체연료를 사용했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내용들도 포함될 수 있겠다”며 “새로운 체계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급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액체 연료와 달리 고체연료 엔진은 사전에 주입해둘 수 있어 신속한 발사가 가능하고, 이동식발사대에 탑재할 경우 은닉하기 쉽다는 점에서 전술적으로 가치가 높다고 알려져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지난달 27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발사 이후 17일 만이다.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6차 확대회의를 주재하면서 “전쟁 억제력을 더욱 공세적으로 확대하고 효과적으로 운용할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북한 매체가 보도한 이후 도발이기도 하다. 당시 김 위원장은 남측 지역 주요 목표물을 적시한 작전지도를 세워두고 손가락으로 수도권과 평택 주한미군 기지 등을 가리키며 지시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여기에 북한은 지난 7일부터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서·동해 군 통신선 정기 통화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 북한이 남북 연락망을 끊은 것도 모자라 도발까지 나선 건 한미연합연습을 비롯해 북한인권보고서 공개 발간 등에 반발하는 차원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특히 북한 내 최대 국경일인 김일석 주석의 생일(태양절)을 이틀 앞둔 시점에서 내부 결속을 다지는 동시에 국방력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으로도 보인다.
한편 이날 발사 직후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이 긴급 국가안전보장회(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주재,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자 한반도와 역내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심각한 도발임을 지적하는 등 강력히 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