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잃었는데 민주화 아버지라니"…5·18 희생자 유가족, 전두환 사저 방문 항의

유가족 "이순자씨 망언 듣고 잠 못자"
전두환 사저 앞에서 천막 농성도 예고
  • 등록 2019-01-04 오후 4:10:27

    수정 2019-01-04 오후 5:17:07

5.18 민주화 운동 희생자의 유가족이 서울 서대문구 전두환씨 사저를 찾아 이순자씨의 ‘망언’에 항의했다. (사진=황현규)
[사진·글=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내 자식들 죽여놓고 ‘민주화의 아버지’라니…”

5·18 민주화 운동 희생자의 유가족이 전두환(88) 전 대통령의 사저를 찾아 전 영부인 이순자(80)씨의 발언에 항의했다.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 유가족 6명은 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전두환은 민주주의의 아버지’라는 이순자의 망언을 듣고 분노와 울화 터졌다”며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정초부터 첫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유가족들은 “민주주의와 그 고귀한 정신을 헐뜯고 훼손하는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며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진정한 반성과 참회를 통해 국민에게 사과와 용서를 구해도 모자른데 끊임없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유가족들은 “오는 7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전두환에 대한 재판이 예정돼 있다”며 “이번 망언도 재판을 앞두고 불출석 명분과 동정 여론을 의식한 발언으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왜곡과 폄하가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단호한 법의 심판이 내려지기를 촉구한다”며 “전두환의 사과를 받을 때까지 사저 앞에서 천막 농성을 벌이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원사순(79)씨는 “광주에서 오늘 아침에 차를 타고 올라왔다”며 “첫째 아들과 둘째 아들 모두 1980년 5·18 민주화 운동 당시 부상을 당해 후유증을 앓았다. 첫째 아들은 10년 전에 세상을 떠났다”고 말했다.

이날 경찰은 전두환 사저 현관 앞에서 15m가량 떨어진 곳에 인력 30명가량을 배치해 유가족들의 접근을 제한했다. 이에 전두환 전 대통령 사저로 가까이 가려는 유가족들은 경찰들과 물리적 충돌을 겪였다. 그 과정에서 이근례(83)씨는 화를 참지 못하고 호흡곤란을 호소해 구급차량에서 치료를 받았다.

앞서 이씨는 지난 1일 극우성향 매체와 인터뷰에서 “남편은 민주화의 아버지”라고 주장해 파문이 일었다.

이씨는 5년 단임제를 거론하며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단임을 이뤄서 지금 대통령들은 5년만 되면 더 있으려고 생각을 못한다”며 “민주화의 아버지가 누구인가. 나는 우리 남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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