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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 처음으로 서울 지역이 영하권으로 떨어진 18일. 일주일 만에 찾은 서울 영등포 쪽방촌은 많이 변해있었다. 주민들의 옷차림은 반소매에서 패딩으로 바뀌었고 활짝 열려 있었던 쪽방들의 대문은 ‘난방중’이라는 팻말과 함께 굳게 닫혀 있었다. 겨울용 패딩을 입고 손에는 장갑을 낀 80대 주민 전모씨는 “얼마 전엔 더위가 괴롭히더니만 이제는 겨울”이라며 “그래도 작년에 (후원 물품으로) 받은 패딩이 있어서 급하게 입었다”고 말했다.
이날 무료로 제공되는 점심 식사를 제공받기 위해 길게 줄을 늘어선 쪽방촌 주민들의 얼굴은 추위로 인해 빨갛게 달아오르기도 했다. 이곳은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낮 최고기온이 영상 20도가 넘는 온화한 기온이었지만 일주일 만에 기온은 영하로 떨어졌다. 일주일 전과 달리 골목 곳곳에는 연탄이 타는 냄새가 코를 찔렀고 따뜻한 날씨에 주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던 마을 중심부에는 의자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주민들 중 일부는 월동 대비를 하느라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다. 60대 김모씨는 웃풍을 막기 위해 두꺼운 달력과 투명 테이프를 준비해 바쁘게 이곳저곳을 보수하기 시작했다. 김씨는 “이곳에 산 지 20년째인데 이렇게 일찍 겨울 준비를 한 것은 처음”이라며 “오늘 처음 패딩을 꺼내 입었다”고 말했다. 이불을 두꺼운 이불로 바꿨다는 김모(71)씨는 “가을이 아니라 여름 날씨더만 갑자기 겨울이 됐다”며 “이제 봄, 가을이 사라진다는 게 실감이 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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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쪽방촌 곳곳에는 후원으로 인한 온기가 가득했다. 연탄보일러를 떼는 쪽방 앞에는 연탄이 가득 쌓여 있었고 자원봉사자들이 곳곳을 다니며 간식거리를 나눠주기도 했다. 따뜻한 겨울나기를 위해 영등포구에서 나온 공무원들이 각 쪽방촌에 고장 난 보일러들을 보수 작업하기도 했다. 먹는 것부터 패딩, 이불과 같은 다양한 월동 용품들을 기업이나 시민단체와 같은 이웃의 후원 용품으로 해결한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정부는 영등포 쪽방촌을 공공주택단지로 재정비하고 2028년부터 입주를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아직 쪽방촌 주민들은 이곳에서 4번의 겨울과 3번의 여름을 더 보내야 한다. 이와 관련해 김형옥 영등포쪽방촌 상담소장은 “열악한 주거 환경에서 지내는 쪽방촌 주민들에게 기후변화는 더욱 심각하게 다가올 것”이라며 “후원은 이들에게 생존의 수단 중 하나다. 반드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