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전 정권의 핵심 인사들이 ‘힘에의한 평화’를 주장하는 윤석열 정부의 ‘8.15 통일 독트린’과 전면 배치되는 담론을 제시해 논란이 예상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남북관계에 평화와 대화가 가장 중요하다며 통일담론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종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2개 국가론’을 주장하며 통일 논의도 잠시 접어두자는 메시지를 밝혔다.
| 20일 오전 전남 영암군 호텔 현대 바이라한 목포 컨벤션홀에서 열리는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전남 평화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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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전 대통령은 20일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을 맞아 전남 목포 호텔현대에서 열린 ‘전남평화회의’ 기조연설에서 “현 정부 들어 9.19 군사합의는 파기됐고, 한반도는 언제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이 됐다”며 “북한은 이제 남북한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했다.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 전 대통령은 “정부의 대응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며 “‘힘에 의한 평화’만을 외치며 대화를 포기하고, ‘자유의 북진’을 주장하며 사실상 흡수통일 의지를 피력함으로써, 북한과의 신뢰 구축돠 대화를 위해 흡수통일 의지가 없음을 거듭 표명했던 역대 정부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문 전 대통령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더 고도화되고 한반도 평화의 길이 더 험난해진 것도 사실”이라며 “비핵화의 해법을 새롭게 강구하고 평화프로세스도 다시 설계해야 할지 모른다”고 대북정책을 새롭게 구상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문 전 대통령은 ‘자유의 확산’을 통해 남북통일을 하겠다는 ‘8.15 통일 독트린’이 현 실정에 맞지 않는만큼 새로운 통일담론을 만들자고 사실상 제안한 셈이다.
임 전 실장은 한 발 더 나아갔다. 그는 지난 19일 광주에서 열린 ‘91.9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 기념사에서 “제가 오늘 드릴 말씀은 기념사라기보다는 도발적인 발제에 가깝다. 많은 고민과 토론이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며 “통일 하지 말자. 통일을 꼭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내려놓자”고 1민족 2국가 공존을 주장했다.
그는 “남북 모두에게 거부감이 높은 ‘통일’을 유보함으로써 평화에 대한 합의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새로운 목표와 현실적 접근이 공감을 얻는다면 남북이 신속하게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고 국제 사회와 함께 한반도 비핵화 방안을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19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 임종석 2018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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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밝힌 2국가 선언과는 선을 그었다. 임 전 실장은 “적대적인 두 개의 국가 관계는 있을 수 없다. 평화적인 두 국가, 민족적인 두 국가여야 한다”며 “평화 공존과 화해 협력을 전제로 하는 새로운 정책이 제시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임 전 실장의 발언에 대해 대통령실은 “반헌법적 발상”이라며 “북한 정권의 뜻에 동조하는 의견과 유사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