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유엔군사령부가 월북한 주한미군 병사의 신병과 관련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북한과 대화를 시작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유엔사 측은 자세한 내용에 대해선 말을 아꼈지만, 해당 인원의 송환 협상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등 국내 상주 외신들에 따르면 앤드루 해리슨 유엔군사령부 부사령관은 24일 정전협정 70주년을 앞두고 진행한 외신 대상 브리핑에서 월북한 주한미군 트래비스 킹 이병 문제와 관련, “휴전 협정 하에 만들어진 체계를 통해 북한군과 대화가 개시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엔사와 북한군 사이의 대화가 JSA에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킹 이병의 월북 사건에 대해 “조사를 해봐야 한다”면서 “우리의 최우선 고려 사항은 그의 안전”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자세한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특히 해리슨 부사령관은 킹 이병이 구금 등 형사처벌 전력 등에도 불구하고 비무장지대(DMZ) 지역을 견학하는 것을 승인받은 것과 관련해서도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 향후 DMZ 지역을 일반에 공개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교육적 가치와 위험 요소 사이에서 ‘균형’을 고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월북한 트래비스 킹 미군 이병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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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해리슨 부사령관은 영국 일간 더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킹 이병의 신병 문제와 관련, “우리는 JSA를 통해 북한군과 지속해 대화하고 있다”며 유엔사와 북한군이 소통하는 직통 전화기, 일명 ‘핑크폰’을 통해 북한군에 메시지가 전달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앞서 지난 20일 미 CBS방송은 킹 이병이 18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견학 투어에 자신을 민간인이라고 밝히고 참가한 뒤 판문점 건물을 견학할 때 갑자기 크게 웃더니 (북쪽으로) 뛰어갔다고 전했다. 그가 공항에서 약 85㎞ 떨어진 JSA까지 어떻게 이동했는지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한국에서 폭행 등으로 두 달 가까이 구금됐던 킹 이병은 지난 17일 추가 징계를 받기 위해 미국 텍사스주로 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지 않고 달아난 뒤 다음 날 JSA 견학에 참여하던 중 무단으로 월북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역시 킹 이병이 고의로 월북했다고 밝힌바 있다.
한편, 킹 이병은 작년 9월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 한 클럽에서 술을 마시다 시비가 붙은 한국인의 얼굴을 여러 차례 주먹으로 때린 혐의(폭행)로 기소됐다. 작년 10월에도 서울 마포구에서 폭행 사건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순찰차 뒷좌석의 문을 여러 차례 걷어차 망가뜨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올해 초 벌금형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