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는 걸리면 100% 죽는다?'…메르스 오해와 진실

임산부 조기진단 시 경과 양호
메르스 연령대 낮을수록 감염률 낮아
119구급차 방역조치 철저..이용 문제 없어
침으로 전파돼 값싼 마스크로도 예방 가능
  • 등록 2015-06-10 오후 3:23:53

    수정 2015-06-10 오후 4:17:32

[이데일리 장종원 천승현 최훈길 기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소셜네트워크(SNS)와 인터넷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확대·재생산되면서 끊임없이 유통되고 있다. 생소한 바이러스 질환에 대한 공포심이 불확실한 정보에 매달리게 하는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메르스 관련 소문들에 대한 진위여부를 전문가들의 조언을 얻어 정리해봤다.

1. 임산부는 메르스에 걸리면 100% 죽는다?

사실이 아니다. 물론 임신부는 폐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저산소증과 면역기능 감소로 각종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한 것은 사실이다. 특히 메르스 감염으로 의심되는 고열은 태아의 신경손상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외국 사례를 볼 때 메르스는 조기진단 되는 경우 항바이러스제제, 면역기능을 활성화 시키는 인터페론 등으로 치료하면 경과가 양호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항바이러스 제제는 임산부 취급 위험약물로 분류되고 있지만, 외국 사례 논문을 취합해 보면 임신 중기, 후기에 투약할 경우 태아에게 위해가 된 사례는 아직 보고되지 않고 있어 보조적 치료로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한정열 제일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임신부가 폐렴 진단을 위한 가슴 X-ray 촬영 시 태아에 나쁜 영향을 줄까봐 우려하는 데 납가운을 입고 촬영하기 때문에 태아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2. 메르스 걸려도 노인들만 죽지, 젊은 사람들은 안죽는다?

노인층이 메르스에 취약한 것은 사실이다. 국내 메르스 환자는 전 연령대에 발생하고 있지만 사망자는 노인층에 집중되고 있다. 10일까지 국내 메르스 사망자는 9명으로 이중 대부분이 70대 이상 고령층이다. 게다가 암, 폐질환 같은 기저질환을 앓고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가장 젊은 50대 사망자는 천식을 앓고 있었다.

사우디에서도 마찬가지다. 영국 의료진이 지난해 사우디 메르스 환자 425명을 분석해 국제일반의학저널(IJGM)에 발표한 ‘사우디 발생 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의 역학 분석’에 따르면 나이가 많을수록 메르스에 걸리는 경우가 더 많고 치사율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4세 이하 메르스 환자는 13명으로 전체의 3%에 그쳤고 15∼29세(64명)는 15%, 30∼44세(106명)는 24.9%, 45∼59세(107명)는 25.2%, 60세 이상 환자(135명)는 전체의 31.7%를 차지했다. 치사율에서도 0∼14세에서는 전체 환자의 18%, 15∼29세에서는 18.5%가 사망했으며 30∼44세 그룹은 8.5%의 치사율을 나타내 가장 낮았다. 반면 45∼59세의 치사율은 55%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60세 이상 메르스 환자의 치사율이 45%로 뒤를 이었다.

김우주 대한감역학회 이사장은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아이들의 메르스 감염 사례가 적은 편”이라며 “바이러스마다 특성이 다른데 메르스는 소아에서 적게 걸리는 것으로 보이므로 소아를 둔 부모는 과도하게 불안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는 당뇨, 신부전, 만성폐질환, 면역저하 환자를 메르스 감염의 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3. 119 구급차가 메르스 확산 주범 중 하나다

구급차가 메르스 확산의 주범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국민안전처,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0일 현재까지 구급차를 통해 메르스에 감염된 환자는 없다. 감염 환자를 이송한 119 구급대원 3명(서울 2명, 경기 1명)이 자택격리 중이지만 이상 징후는 없다.

메르스 대응 지침에 따라 고열환자 등을 이송할 경우 개인보호장비를 착용하고 이송 직후 구급차 소독·세척이 이뤄지고 있어 ‘구급차는 안전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안전처와 지자체는 소방 소속 119 구급차·대원을, 복지부는 병원 소속 구급차·응급구조사를 관할하고 있다.

다만, 이번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지자체 병원 소속 구급차·응급구조사에 대한 관리소홀 문제가 드러나 논란이 일기는 했다. 지난달 말 평택의 한 병원 소속 응급구조사는 개인보호장비 없이 메르스 감염 환자를 이송했다. 이후에도 구급차를 소독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환자 수십 명이 이 구급차를 탔다. 응급구조사는 사전에 메르스 환자 이송에 대한 정보를 정부·지자체나 의료진으로부터 전혀 듣지 못했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관계자는 “초동대처 과정에서 제때 차단을 하지 못하다 보니 시민들이 구급차까지 감염 매개체로 인식한 것 같다”며 “후속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119 구급차와 민간 구급차의 관리상 차이를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4. 마스크를 쓰면 메르스를 예방할 수 있다?

메르스 바이러스는 주로 침(비말)에 묻어서 전염되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는 저렴한 면 마스크로도 충분히 메르스를 차단할 수 있다는 게 식약처 설명이다.

마스크는 의약외품과 공산품으로 구분된다. 의약외품으로 허가를 받은 보건용 마스크는 일반 마스크와 달리 황사 등 미세입자를 걸러내는 성능을 인정받은 제품으로 여러겹의 필터 구조다.

보건용 마스크의 규격은 KF80, KF94, KF99 등이 있는데 숫자는 미세먼지 차단율을 의미한다. KF80은 평균 입자크기 0.6㎛ 미세입자를 80% 이상 차단한다는 의미다. ‘메르스 완전 차단’과 같은 광고문구를 달고 비싼 제품도 등장하는데, 규격이 같으면 품질도 동일하다고 보면 된다. 식약처로부터 허가받은 보건용 마스크는 총 94종이다.

질병관리본부가 의료인에게 착용을 권고한 N95 마스크는 미국 규격을 의미한다. 식약처 기준으로는 KF94에 해당하는 규격이다. 산업용으로 인증받은 마스크로 특급, 1급, 2급 규격도 있는데 각각 KF99, KF94, KF80과 유사한 품질이다.

KF94와 KF99는 감염 우려가 큰 의료인이나 환자 보호자 등이 사용하면 되는데 숨쉬기 힘들 정도의 촘촘한 소재로 구성됐다. KF80은 황사나 미세먼지 차단 용도로 사용된다. 보건용 마스크는 세탁하면 모양이 변형돼 기능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세탁 후 재사용하면 안된다.

5. 김치 마늘 오렌지는 메르스 예방에 좋고, 한방으로도 메르스를 치료할 수 있다.

‘양치질을 밖에서 하면 메르스에 감염될 수 있다’ ‘김치와 마늘이 예방에 좋다’ ‘한방으로 메스르를 치료할 수 있다’ 등 SNS상에는 메르스와 관련된 각종 예방법이 넘쳐난다. 일부에서는 메르스 예방을 위한 면역강화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의학계에서는 근거가 없다고 잘라 말한다. 메르스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발병하는 호흡기 전염병으로 현재까지 치료법이나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다. 손 씻기, 기침 에티켓 등 개인위생 수칙을 잘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에 대해 대한한의사협회는 “메르스에 특효약이 있다는 식의 광고나 특정 한약재가 메르스에 좋다라는 식의 건강기능식품 혹은 식품 판매는 모두 현재까지 과학적 근거가 밝혀지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의학계는 양방 단독 치료보다는 양한방 협진이 메르스 치료에 보다 효과적이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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