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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실종아동 찾기에 이토록 매달리게 된 것은 33년 전 맺은 인연 때문이다. 나 회장은 1980년대 후반 정부가 ‘제 24회 서울올림픽’을 위해 노점상을 단속하면서 일자리를 잃었다. 생계를 위해 곳곳에서 각설이 타령을 부르며 카세트테이프를 팔던 그는 1991년 인천 월미도 주변에서 전단지를 돌리는 ‘개구리소년’의 아버지들을 만났다.
개구리소년 사건은 1991년 대구에 사는 초등학생 5명이 행방불명된 미제사건이다. 도롱뇽 알을 주우러 간다며 집을 나선 아이들은 2002년 9월 유골로 발견됐다. 유해가 발견되기 전 부모들은 생업을 뒤로하며 자녀를 찾았다. 나 회장은 당시 3살인 아들이 있어서 온종일 옆에서 자식을 찾는 아버지들이 눈에 밟혔다.
이때부터 나 회장은 3년 10개월 동안 틈틈이 개구리 소년의 부모들과 전단지를 돌리며 전국을 누볐다. 이 소식이 방송된 뒤로는 ‘내 자식도 찾아달라’는 다른 부모들의 전화와 지자체·자원봉사자들의 지원이 이어졌다. 부모들의 부탁을 외면할 수 없던 그는 쉬는 날마다 자원봉사자들과 지자체에서 만든 실종아동 전단지를 배포했다. 나 회장은 “제보 전화가 오면 기도원이든 보육원이든 찾아가서 진짜인지 확인했다”며 “지금까지 찾은 실종자가 800여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한평생 실종아동을 찾은 나 회장은 지금도 발견되지 않은 아이들을 계속 찾고 있다. 사전지문등록제와 같은 예방책과 수사기술이 발전하면서 아동실종이 줄고 있지만, 장기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사례도 매년 발생하기 때문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만 18세 미만 아동 실종신고 2만5628건 중 72건은 미해제 상태로 남아 있다. 지난 3월 기준 실종신고가 접수된 만 18세 미만 아동 1161 중 1070명은 1년 넘게 찾지 못하고 있다.
나 회장은 장기 실종 아동을 찾을 때 가장 큰 걸림돌로 ‘기억에서 잊히는 일’을 꼽았다. 그는 “장기실종수사는 전담 경찰이 한 사건을 지속적으로 파고들어야 하는데 경찰은 순환근무를 해서 사건이 서류상으로만 남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실종 수사에 집중할 수 있는 부서가 지금보다 더 필요하다”며 “정부가 관리하고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실종자 찾기 종합센터’를 마련하거나 경찰 전담 부서를 늘려서 장기실종 수사의 연속성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터뷰 후 사무실 벽면에 붙은 미아 명단을 보던 나 회장은 아동실종에 사회가 관심을 더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저출산 시대잖아요. 아이 낳기를 꺼리는 세상인데 지금 자라나고 있는 아이들은 마음 놓고 키울 수 있게 사회 안전망을 잘 만드는 게 우리 어른들의 역할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