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모태펀드 출범…하나금융 1000억 규모 조성(종합)

벤처투자, 민간 중심 새로운 시대 개막
하나은행 950억원, 하나벤처스 50억원
시스템반도체 등 10대 초격차 분야 출자
  • 등록 2023-11-20 오후 3:23:16

    수정 2023-11-20 오후 7:28:26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국내 최초로 민간 자금으로 결정된 벤처모펀드가 출범했다. 정부 주도의 벤처투자 시장을 민간 중심으로 전환하는 첫걸음을 뗀 것으로 평가된다.

이영(오른쪽)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0일 서울 강남구 서울창업허브 스케일업센터에서 열린 ‘민간 벤처모펀드 출범식’에서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과 민간모펀드 출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사진=중소벤처기업부)
중소벤처기업부는 20일 서울 강남구 서울창업허브 스케일업센터에서 제1호 민간 벤처모펀드를 조성하는 하나금융그룹과 ‘민간 벤처모펀드 출범식’을 개최했다. 이영 장관은 “민간 벤처모펀드는 장관 취임 이후 벤처기업인 시각으로 심혈을 기울여 탄생시킨 첫 번째 벤처정책”이라며 “민간 벤처모펀드 1호는 민간 주도 벤처투자 시장을 상징하는 기념비적인 펀드로 업계의 이정표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민간 벤처모펀드는 창업·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다수의 벤처 자펀드에 출자하는 펀드(재간접펀드)를 민간 자금으로 만든 것을 말한다. 지금까지는 정부가 모펀드 역할을 했다. 정부가 만든 모태펀드는 2005년 출범 이후 18년 동안 9조원을 출자해 30조원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민간 벤처모펀드 출범은 이런 국내 벤처 투자 생태계를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민간 위주로 전환하는 의미를 갖는다. 민간 모펀드는 대규모 펀드 운용 경험과 출자자 모집 능력이 있는 대형 창업투자회사, 자산운용사 등이 단독으로 운용할 수 있고 운용 자율성이 크다. 60%의 정책 목적 투자의무 규제를 받지 않아 수익성 중심으로 펀드를 운용할 수 있는 데다 40%는 기존 벤처펀드에서 투자가 제한됐던 상장주식과 해외기업, 사모펀드(PEF)에도 투자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민간 모펀드는 민간 자금을 벤처투자 시장으로 유입하는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나금융그룹이 민간 벤처모펀드 제도화 이후 첫 번째로 펀드 조성에 나서 본격적인 민간 벤처모펀드 시대 개막을 알렸다. 제1호 민간 벤처모펀드는 하나금융그룹의 100% 출자로 총 1000억원 규모로 조성된다. 하나은행이 950억원을 운용사인 하나벤처스가 50억원을 각각 출자한다.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 모빌리티, 로봇 등 10대 초격차 분야에 중점 출자·투자하며 하나벤처스가 10년간 운용할 계획이다.

이날 행사에서 한국벤처투자와 하나벤처스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모태펀드를 18년간 운용한 한국벤처투자는 하나벤처스에 모펀드 운용 노하우를 전수하는 등 상호 협력을 약속했다.

행사 이후에는 벤처캐피탈 업계와 학계가 민간 벤처모펀드의 발전방향을 논의하는 패널토론도 진행됐다. 신기철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대표는 “현재 금지돼 있는 퇴직연금에서 민간 모펀드에 출자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게 시대적으로 필요하다”며 “민간 벤처모펀드는 분산 투자가 가능해 벤처기업 1000개에 투자하는 효과가 있다. (정부) 모태펀드 수익률은 7%이지만 벤처펀드 상위 5%는 20%대를 상회한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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